백화점·면세점 판매직 60% “화장실 가야할 때 못 가”…방광염 일반인 3배

입력 2018-10-1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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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득 의원실)

서서 근무하는 판매직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 조건으로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나이대 노동자보다 방광염은 3배, 하지정맥류는 무려 25배 이상 많았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과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올해 1~10월 백화점 27개 브랜드 1990명, 면세점 41개 브랜드 816명 등 판매직 노동자 280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중 96.5%(2708명)가 여성 노동자였다.


(이용득 의원실)


응답자의 20%(578명)은 의료기관에서 방광염 진단이나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20~49세 여성 노동자 전체 방광염 유병률(6.5%)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는 열악한 노동 조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근무 중 화장실에 갈 필요가 있었으나 가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노동자는 1677명(59.8%)으로, 절반을 넘었다. 그 이유로는 '매장에 인력이 없어서'가 1047명(62.4%), '칸 수 부족' 404명(24.1%) 순이었다.

응답자의 77.4%는 '고객용 화장실 사용을 이용하지 말라는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받아 봤다’고 답했다. 화장실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객용 화장실 사용은 금지돼 있었다. ‘지난 1주일 동안 근무 중 화장실에 가야 하는 상황이 생길까봐 목이 마른데도 물을 안 마신 경험이 있다’고 답한 노동자(42.4%)도 절반 가까이 됐다.

'지난 6개월 동안 생리대 교체를 못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여성 노동자도 1081명(39.9%)에 달했다.


(이용득 의원실)


장시간 서서 일하는 게 원인으로 추정되는 질환의 유병률도 높았다.

의료기관에서 하지정맥류 진단이나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노동자는 428명(15.3%)으로, 일반 인구집단(0.6%)보다 25.5배나 높았다. 족저근막염 진단·치료 경험이 있는 노동자도 223명(7.9%)으로, 일단 인구집단(0.5%)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 한 달 동안 근무 중 발에 통증을 느껴본 적이 있다’고 답한 노동자는 2555명(91.1%)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대부분의 노동자는 고객의 갑질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개월 동안 '업무 규정상 불가능한 요구를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2314명(82.5%)에 달했다. 업신여김을 당한 노동자는 1027명(36.3%),인식공격을 당한 응답자도 776명(27.7%)이나 됐다.

이 의원은 “앉을 권리, 휴식할 권리, 화장실 이용은 최소한의 인권”이라며 “백화점·면세점이 이런 실정인데 중·소규모 매장 판매직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어떨지 짐작이 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판매직 노동자들의 실제 노동환경이 어떠한지 제도와 현실의 괴리를 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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