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교통 체계 개선되면 서울 집값은?

입력 2018-10-1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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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기적인 교통망 구축되면 서울 수요 분산효과 클 듯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참 딱하기도 하다. 오죽했으면 수도권 교통 대책까지 들고 나올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수도권 2기 신도시와 올해 말 발표하는 3기 신도시에 대한 교통개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명분은 서울 집값 안정이다. 택지 개발뿐만 아니라 획기적인 수도권 광역 교통대책을 함께 추진해야 서울 주택 수요 분산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란 주장이다.

당연한 얘기다. 지금까지 수도권에 신도시를 건설할 때마다 교통대책도 함께 내 놓았다. 계획대로 추진하지 않았을 뿐이다.

사실 교통 문제는 신도시 건설의 주요 매뉴얼이다. 필수 사안이라는 소리다.

분당· 일산과 같은 대규모 신도시는 그런대로 교통망이 구축된 셈이다. 그러나 다른 신도시나 택지 개발지구는 주택만 잔뜩 지어놓았을 뿐 교통 시설은 제대로 구비하지 않았다. 곳곳에 크고 작은 주택단지가 들어서 교통난만 가중시켰다.

그렇다고 사람이 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서울 집값이 자꾸 올라가면 무주택 서민들로서는 이런 곳에서라도 거주를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주택 수요 분산이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교통이 편리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다고 더 많은 사람이 몰려드는 것은 아니다. 주택 수만큼 거주 인구가 생긴다.

이는 교통 대책이 미흡해서 서울 집값을 잡지 못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신 개발지의 교통 대책은 서울 집값과 관계없이 필수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다. 의무 사항이라는 말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사업자는 돈 문제 등을 들어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다.

국정감사에서 김 장관이 느닷없는 교통대책 얘기를 꺼낸 것은 아마 다른 사연이 있지 않나 싶다.

국토부가 주택 공급 확대 방안으로 서울 인근에 4~5개 신도시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하자 관련 지방자치단체가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자자체가 협조하지 않으면 사업 추진이 힘들어진다. 그래서 무마용으로 교통 개선책을 거론한 게 아니냐는 얘기다.

관련 지자체 입장에서 볼 때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가뜩이나 교통난이 심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 판인데 정부가 이를 해결해준다니 얼마나 대행인가.

그러나 실현 가능성이 높은 교통 개선책은 제한적이다. 게다가 대부분 이미 추진 계획이 마련돼 있어 새로 끄집어낼 만한 아이디어는 별로 없다. 도로를 놓고 철도를 건설하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대중 버스 확충 정도다. 그래서 나온 게 간선급행버스 체계(BRT) 구축이다. 세종시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사업으로 출·퇴근 시간 절약 효과는 분명 있다.

하지만 수요 분산에 가장 특효약은 수도권 광역 급행철도(GTX)다. 시간 단축 효과가 커 잘만 하면 서울 집값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생각해봐라. 화성 동탄 신도시에서 서울 삼성동까지 20분에 도달할 수 있다면 집값이 비싼데다 공기마저 나쁜 서울을 떠나려는 수요가 적지 않을 것이란 말이다. 오히려 교통이 좋지 않은 시내 변두리보다 서울 접근이 편리해 수요 분산 대책으로는 이만한 게 없을 듯싶다.

그런데 말이다. 수도권 GTX 망 구축 계획은 오래전에 마련해 놓은 것이다. 동탄~성남~수서~삼성~서울역~연신내~킨텍스~운정을 연결하는 A 노선과 송도~부평~부천~신도림~여의도~서울역~청량리~망우~마석 간의 B 노선, 수원~금정~과천~양재~삼성~청량리~광운대~창동~의정부~덕정 축 C 노선이 그것이다.

현재 A 노선만 사업 타당성 검토 과정을 통과해 사업자 선정 작업까지 마무리했다. 나머지 노선은 사업성 조사가 완료되지 않아 답보상태다.

이 3개 노선만 추진돼도 서울 집값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들 GTX 역세권이 서울의 웬만한 지역보다 살기가 편해 탈(脫) 서울 러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서울 주택 수요가 빠져나가면 집값도 안정되지 않겠느냐는 소리다.

물론 GTX 망이 구축된다 해도 서울 주요 지역 집값은 떨어지지 않을 게다. 일시적으로 위축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오를 수밖에 없다. 땅값·건축비·인건비 등과 같은 개발 원가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사실 서울 집값이 오르던 말 던 상관할 필요가 없다. 서울 수준에 버금가는 주택단지를 만들어 주는 것으로 정부 역할은 끝난다. 그게 GTX 역세권 개발이다. 역세권은 얼마든지 있다. 굳이 서울 인근에다 주택단지를 만들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너무 많은 신도시를 조성해도 안 좋다. 공급 과잉으로 다른 곳이 죽는다. 최근 신도시 개발 예정지역 지자체가 반발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가뜩이나 공급이 넘쳐나 주택시장이 엉망인데 여기다가 물량 공세를 펴겠다고 하니 누가 좋아하겠는가.

자꾸 새로운 일을 벌일 게 아니라 이미 계획이 서있는 사업이라도 제대로 추진하는 게 우선이지 싶다. 예를 들면 위례 신도시의 교통망 구축 같은 일이다. 신도시는 다 조성해 놓고 당초 약속한 위례~신사선과 트램 건설은 하 세월이다. 이런 판에 누가 정부를 믿으려 하겠는가.

국토부가 수도권 교통 대책 특별팀까지 꾸려 신도시 교통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겠다고 장담해도 이를 믿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는 소리다.

섣불리 교통 대책을 발표했다간 오히려 관련 지역 주택 가격만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서울 주변 도시 집값까지 올려놓으면 정말 돈 없는 무주택자는 갈 곳이 없다.

단순히 서울 집값만 생각할 게 아니라 전반적인 영향까지 고려해 주택정책을 마련해야 부작용이 적다.

이번 수도권 교통 개선책도 구체적으로 장·단점을 가려봐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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