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기자가 간다] “백종원이 파스타 가게를?” 미친가격 화제된 ‘롤링파스타’ 가보니

입력 2018-10-16 12:19수정 2018-10-16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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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정오에 찾은 '롤링파스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백종원이 파스타 가게를 열었다고?"

'백종원'과 '파스타'. 언 듯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느껴지는 게 사실. 그러나 그가 최근에 문을 연 '롤링파스타(Rolling Pasta)'는 SNS에서 소리 없이 화제를 일으키며 젊은 층에게 톡톡히 유명세를 타고 있다.

푸근한 인상으로 김치찌개를 떠줄 것 같은 백종원이 그럴싸한 파스타 가게를 열었다니, 가격부터 맛, 무엇보다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기자는 점심시간에 맞춰 백종원이 종로에 오픈한 '롤링파스타'로 향했다.


매장 앞에 도착해보니 이미 30~40명의 사람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도착 시간은 딱 12시. "얼마나 대기해야 해요?" 물어보니 "1시간 정도"이라는 당황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서일까. 직장인들보다는 젊은 층의 커플과 학생들이 많았고, 중간중간 혼자 온 사람도 제법 눈에 띄었다. 몇몇 직장인들은 대기 시간을 듣고 깜짝 놀라며 "안 되겠다"라고 말하며 총총 발걸음을 돌렸다. 나이가 드신 어르신들은 "여기가 무슨 맛집이냐?"라며 기자에게 묻기도 했다.

▲매장의 내부 모습. 평일 점심시간대 직원 2~3명이 홀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안내 직원의 말 그대로 1시간을 꽉 채운 끝에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직원 2명과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이 매장 안을 안내했고, 오픈된 주방에는 3~4명의 요리사가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창가 쪽 2인 자리에 앉으니 푸른색 계열의 깔끔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새마을식당이나 빽다방, 백철판과 달리 "백종원 가게 맞아?"라고 말할 정도로, 백종원의 자취(?)를 싹 지웠다는 게 다소 의외였다.

자리에 앉아 4500원짜리 토마토파스타, 6000원 마르게리타 피자, 3000원짜리 청포도 에이드를 주문했다. 거기에 다소 생소한 느낌의 스페셜 메뉴인 '바지락수프파스타'도 함께 시켰다.

4가지 메뉴의 가격은 모두 2만 원 정도. 파스타 전문점에서 파스타 한 접시에 1만~1만5000원을 받는 것과 비교해 보면, 정말 혜자스럽다.

한창 붐비는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은 제법 길었다. 20분 정도를 기다려서야 토마토파스타가, 뒤를 이어 바지락수프파스타와 피자가 테이블에 올려졌다.

토마토파스타의 면을 포크로 감아 입에 넣었다. 4500원짜리라는 선입견일지는 몰라도 딱 '기본적인 스파게티' 맛이었다. 하지만, 면 익힘은 적당했고 소스의 양도 부족하지 않다. 4000원대에 그럴싸한 인테리어를 느끼며 스파게티를 맛보고 싶다면 꽤 괜찮다.

하지만, 30대 중반 기자의 입에는 '바지락수프파스타'가 베스트였다. 걸쭉한 국물에 칼국수면을 얹은 듯한 느낌에 칼칼함까지 더해져 마치 해장하는 느낌이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피자는 여자 2명이 서브 메뉴로 먹기 적당했다. 크기는 좀 작았지만, 바삭바삭한 도우에 치즈 맛도 고소해 나름 일품이었다.

"대기 시간만 길지 않다면 다시 와볼만 한데?"

▲손바닥만 한 크기의 피자. 서브 메뉴로 괜찮다. 치즈 맛은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기자가 찾은 매장은 30석 정도의 규모로, 가족 단위, 직장인 모임을 하기에 그닥 적합하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롤링파스타'가 종로 학원가에 위치한 이유를 생각하면 고개를 끄덕여졌다.

학생들이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서 간단하게 파스타를 맛보고 싶다면, 햄버거 세트 메뉴 하나에 6000~7000원 하는 패스트푸드점보다는 여러 면에서 나아 보였다. 창가를 중심으로 바 형태의 테이블이 길게 놓여 있는 것도 '혼밥족'이 주변의 시선을 느끼지 않고 스파게티를 즐기라는 배려로 읽혔다. '위치', '인테리어', '가격' 모두 확실하게 타깃팅하고 있는 셈이다.

롤링파스타는 프랜차이즈 기업인 더본코리아의 테스트 브랜드다. 가맹 사업 전 일정 기간 시범적으로 운영하면서 사업성 점검은 물론, 부족한 점을 정식 오픈 전까지 보완하는 중이다. 이 때문에 매장도 현재 종로에 한 곳밖에 없다. 그러나 곧 건대점이 생긴다고 한다.

"손님이 많네요?" 배가 어느 정도 불러오자 홀 매니저에게 물었다.

"지난 주말부터 시작했는데 하루에 300명 정도 다녀가셨어요. 오늘도 오전 11시 오픈한 뒤 150명 정도 오셨는데, 자리가 없어 돌아가신 분도 한 100여 명 될 것 같아요."

"백종원스러운 파스타 집"이랄까? 저렴한 가격에 간단하지만, 맛 좋은 파스타를 즐겼다. 양이 조금 적었지만 "이 정도 가격에 맛도 괜찮은데 더 뭘 바라랴" 혼잣말을 했다. 물론 기자는 알고 있다. 양이 많았다면 많은 대로 다 뱃살로 돌아올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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