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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억 ‘골든 인도’를 가다④]신한은행, 印진출 선봉장… 리테일·방카 현지화 속도
입력 2018-10-12 08:59   수정 2018-10-12 09:06
‘금융중심지’ 뭄바이에 첫 지점… 뉴델리·푸네 등 6곳으로 확대

인도 수도인 뉴델리는 눈 뜨고 코 베이는 곳이라고들 한다. 시내는 차선 없이 오가는 차와 오토바이로 정신없이 분주하다. 인도에 없는 것은 ‘인도(人道)’라는 우스갯소리에 걸맞게 사람들은 당당하게 찻길을 다닌다. 쏟아지는 인파 속에서 혼을 빼놓기 일쑤다. 지난달 12일 이곳 뉴델리에 자리 잡은 신한은행을 찾았다.

신한은행 뉴델리지점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같은 마하트마 간디 로드에 있다. 멋스러운 부티크 가게가 길을 따라 쭉 들어선 동네다. 약 146평 규모 사무실에 주재원 4명 등 총 55명이 근무하고 있다. 현지 직원과 한국 직원이 섞여 자유롭게 토론하는 분위기가 인상 깊었다.

▲지난달 12일 신한은행 뉴델리지점 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상기 차장, 서봉균 지점장, 박정원 부지점장, 이현준 차장. 이새하 기자 shys0536@

◇인도 진출 이끈 신한은행 = 신한은행은 국내 은행 인도 진출의 산 역사다. 옛 조흥은행 시절인 1996년 5월 국내은행 최초로 인도로 왔다. 당시 인도에 진출한 현대자동차의 동반자 역할을 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약 10년 뒤인 2006년 신한은행이 조흥은행과 합병하면서 다시 시동을 걸었다.

첫 지점을 연 곳은 경제도시 뭄바이였다. 뭄바이는 인도 내 금융 중심지로 불린다. 이곳에 은행 인가 등을 담당하는 인도중앙은행(RBI)이 있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과 HSBC은행, 씨티은행 등 세계적인 은행들도 자리 잡았다. 신한은행이 첫 진출 도시로 뭄바이를 선택한 이유다. 이후 현재까지 뉴델리(2006년), 칸치푸람(2011년), 푸네(2014년), 랑가레디(2016년), 아메다바드(2016년) 등 인도 전국 각지에 지점 6개를 세웠다.

2012년 뭄바이에 인도 본부를 열었다. 2016년 11월 본부에 글로벌 트레이딩 센터(GTC)를 세우면서 업무 영역을 넓혔다. 외환 트레이딩 거래는 물론 루피화 송금, 선물환·스와프 거래 등 FX(외환) 마진거래를 시작했다. FX마진 거래는 투자자가 2개 통화 간 환율 차이를 이용해 차익을 보는 외환 거래다.

최근 3년간 신한은행 인도 내 당기순이익은 1000만~1100만 달러 수준이다. 특히 올해는 달러당 루피화 환율 상승으로 선물환 거래가 활발해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른 은행은 신한은행이 조금씩 인도에서 매출을 늘려가는 것을 보고 인도에 진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도 ‘리딩뱅크’ 목표로 한 신한은행 = 국내은행이 인도에서 살아남으려 애쓰는 동안 신한은행은 목표를 새롭게 잡았다. 바로 인도 내 외국계 은행 가운데 ‘리딩뱅크’가 목표다. 현지 은행과 맞서도 뒤지지 않는 경쟁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그 경쟁에 선두에 선 지점이 바로 뉴델리 지점이다. 뉴델리 지점은 신한은행 인도 본부 실적의 40%를 차지한다. 인도 본부를 이끌어가는 지점답게 신상품을 가장 먼저 선보이고 영업 비결을 다른 지점에 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은행 최초로 인도 현지은행과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컨소시엄은 은행이 모여서 한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 총량을 정해 분담하는 방식이다. 인도만의 독특한 모델이다. 일종의 ‘리드뱅크’를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맺는다. 컨소시엄 참여는 외국계 은행으로서 쉽지 않은 일이다. 우선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모든 은행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한 번 참여하면 약 6개월 정도가 걸린다. 서봉균 신한은행 뉴델리지점장은 “신한은행이 지금은 리드뱅크가 아니지만 나중에 국내 은행끼리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도 있다”며 “다들 경험이 없으니 빨리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멀티플 뱅킹(Multiple Banking)’을 시도했다. 멀티플 뱅킹은 기업 담보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참여하는 은행이 모두 담보 1순위인 셈이다. 대신 담보관리은행을 정해 관리한다. 나중에 담보를 처분하면 다같이 나눠 갖는다. 컨소시엄보다는 난이도가 낮지만 이 역시 현지은행과 협업(協業)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신한은행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은 현지은행 간 ‘카르텔’을 깨기 위해서다. 국영은행 점유율이 70%에 이르는 인도에서 외국계 은행의 진입장벽은 높다. 기존에 대출해준 은행 승인 없이 기업 계좌를 마음대로 열어줄 수도 없다. 하지만 이 장벽을 넘어서면 계좌 개설은 물론 여러 부수 거래를 할 수 있다. 서 지점장은 “컨소시엄이나 멀티플 뱅킹 없이는 본 시장에 못 들어가고 겉만 맴도는 거다”라며 “메인 시장에 들어가서 메인 플레이어로 활약하는 것이 기본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방카슈랑스 등 다양한 ‘현지화’ 전략 = 삼성과 LG 등 국내 대기업에 집중하던 신한은행은 최근 현지로 눈을 돌렸다. 국내기업 영업만으로는 인도에서 살아남기가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소매금융(리테일)으로 운신의 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현지인 대상으로 부동산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시작했다. 우선 거래하는 현지 기업 직원을 대상으로 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의 5% 수준이다. 박정원 부지점장은 “지난해 리테일을 처음 시작했을 땐 1%밖에 안 됐으나 올해 상반기 5% 수준”이라며 “리테일이 차지하는 비율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근 시작한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 상품)’도 현지화 전략 가운데 하나다. 국내은행 최초로 인도에서 방카슈랑스를 판매하는 것이다.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화재나 운송 관련 보험을 주로 판매한다. 개인 고객에겐 인도만의 독특한 보험상품인 ‘홈 론 시큐어(Home loan Secure)’ 보험을 내놨다. 차주가 사망하는 등 불가피한 상황이 생겼을 때 빚을 대신 갚아주는 보험이다. 가족을 중시하는 인도인의 성향을 반영해 죽음 뒤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했다. 보통 개인 대출을 할 때 함께 이 상품을 같이 판매한다고 한다.

투자은행(IB) 부문도 꾸준히 키워나갈 계획이다. 태양광과 풍력, 수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들여다보고 있다. 최근 규모가 작지만 수력발전소 관련 딜을 한 건 해냈다. IB 부문에서는 특히 리스크 관리가 최우선이라 서두르지는 않는다. 서 지점장은 “안전한 딜 위주로 경험을 축적해서 가야 될 것 같다”고 했다. 현지인 대상 영업에 필수인 디지털 금융도 도입한다. 특히 뉴델리지점은 최근 늘어난 일을 감당하기 어려워 내년 1월 지점을 옮길 계획이다. 약 260평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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