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불통·무능이 정권의 실패공식이다

입력 2018-10-0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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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창 국장대우 정치경제부장

박근혜 전 대통령은 혼밥을 즐겼다고 한다. 서면 보고를 좋아했다는 얘기도 있다. 참모의 직언을 듣고 민심의 쓴소리를 즐기는 리더의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불통은 여기서 잉태했는지도 모른다.

박근혜 정권 몰락의 원인이 불통과 무능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세월호 7시간 침묵’은 대형 참사를 지켜보며 가슴 졸인 국민의 마음을 읽지 못한 불통의 전형이었다. 참모진은 대통령이 신속한 메시지를 내도록 하는 데 실패한 무능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비선에 기댄 국가 리더의 민낯을 보여줬다. 국격은 땅에 떨어졌다. 정권의 붕괴는 권력층의 총체적인 불통과 무능이 빚은 참사였다.

정권의 가장 큰 적이 바로 불통과 무능이다. 불통은 권력층 내부에서 시작된다. 실세들의 패거리 정치와 주도권 다툼은 심각한 불통을 부른다. 정책 엇박자는 필연적이다. 정책 혼선이 잦아지면 정책 실패로 귀결되고 무능한 정권이 된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민심 이반은 당연한 결과다. 실패한 정권으로 가는 공식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에서도 좋지 않은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정책 책임자들 간의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들린다. 끊이지 않는 정책 책임자들의 불협화음이 예사롭지 않다.

총리가 부총리 발언(최저임금의 지역별 차등 적용 검토)을 “역작용이 날 것”이라고 정면 반박하고, 경제부총리가 사회부총리의 정책(고교 무상교육 내년 실현)에 “예산 관련 협의가 없었다”고 제동을 거는 대목에서 정부 내 불통을 엿볼 수 있다. 국민의 관심이 쏠린 중요한 정책조차 제대로 조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책 컨트롤타워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도 여전하다. 두 사람은 극구 부인하지만 적극적인 소통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소득주도 성장 논란에 이은 고용쇼크 사태로 바늘방석에 앉은 두 사람이다. 두 사람의 성을 딴 ‘김앤장 격주 회동’은 불화설과 정책 엇박자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그나마 ‘김앤장 회동’이 마지막으로 이뤄진 것은 8월 29일이었다. 소통 부족이 엇박자의 원인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만에 하나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적어도 두 사람의 생각이 다르고 불신이 컸던 상황에서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주요 정책의 실패로 무능 정부의 단초를 보여줬다. 소득주도 성장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지난 1년간 쏟아낸 부동산 정책은 실패작이다. 그게 다수 여론이다. 정부 대책으로 집값을 잡기는커녕 계속 오르자, 급기야 신도시 4~5곳 조성 방안까지 나왔다. 공급이 집값 상승의 원인이 아니라는 1년 전 진단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정부의 말이 바뀌니 국민이 믿을 수 없다. 시장에선 “2기 신도시나 제대로 만들라”는 얘기가 많다. 부동산 정책으로 심각한 민심 이반을 부른 노무현 정부의 데자뷔다.

집값이 잡히지 않자 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금리에 대한 전향적인 고민이 있어야 한다(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거나 “금리 인상을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됐다(이낙연 총리)”는 등 금리 인상을 촉구하는 듯한 발언이 잇따랐다.

정권 실세들의 이런 발언들이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다. 한미 간 역전된 금리 격차가 커지고 가계부채가 심각한 상황을 고려하면 인상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성장률과 고용, 투자가 뒷걸음질하는 경제 상황도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정치 논리로 밀어붙일 상황도, 사안도 아닌데 막무가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이에 화답하는 모양새다.

불통에 따른 정책 난맥상은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아마추어 정부라는 비판은 당연하다. 더 늦기 전에 정부 내 소통을 점검하고 정책 기조를 재검토해야 한다. 국민의 소리를 외면한 채 잘못된 방향을 고집한다면 결국 실패한 전 정권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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