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현재의 나로 대화하기

입력 2018-10-09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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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집 프로젝트' 김성용 대표
서른 후반의 나이가 되니 주말에 놀 사람찾기 쉽지 않다. 육아에 힘쓰고 있는 또래 친구들에게 주말은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니 나같은 노총각과 놀아줄 이 없다. 그래도 가끔은 운좋게 짬이 난 동년배 친구들과 술자리에 마주할 때가 있다. 만나면 “요새 난 뭐뭐뭐 한다” 로 시작하지만 대부분 “그땐 우리가 이랬었지” 로 마무리되는 대화. 더 오랜 시간을 알고 지낸 친구와는 “그때 우리가 이랬었지라고 했었더랬지” 라며 회상을 회상한다. 늘 과거의 나로 대화를 나눈다.

나이가 들면서 또래집단이란 무엇인가 되묻게 된다. 각자 다른 길을 가는 또래들과 공감할 이야기를 찾기란 쉽지 않다. 하니 계속 추억팔이만 되풀이한다. 추억팔이도 나름의 순기능이 있겠으나 추억만 곱씹고 돌아오는 길은 자못 헛헛하다. 그들과의 관계속에서 현재의 나는 소외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좋아하고 관심있는 무언가로 대화를 나누고, 공감하고 공감받고 싶은 니즈가 있다. 한데 이 욕구는 가족, 친구, 연인 등의 관계 속에서도 완벽하게 해소되지 않는다. 관계의 시작점과 현재의 내가 언제까지나 동일선 상에 놓일 수 없기 때문이다. 탓에 취향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의 총체를 취향이라고 한다면 취향만큼 현재의 나로서 이야기 나누기 좋은 소재도 없기 때문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 역시 인맥 중심의 페이스북보다는 관심사 기반의 해쉬태그로 묶인 인스타그램이 성한 요즘이다. 대중은 사람을 매개로 맺어진 네트워크보다 얼만큼 나와 취향이 비슷한지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는 방증이다. 나이, 지인 유무와 무관하게 나와 비슷한 취향의 이방인을 팔로우하고 그들의 글과 사진에 하트를 보내며 공감한다. 오프라인에서도 독서, 배움, 엑티비티 등의 다양한 취향을 마중물로 사람들이 모이고 관계가 형성된다.

‘남의집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가정집 거실에 낯선이들을 초대해 집주인의 취향을 나누고 있다. 아침시간을 좋아하는 취향, 여행길에 마그넷을 수집하는 취향 그리고 책꽂이에 소장된 집주인의 책 취향 등 '뭐 이런 것까지' 싶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일상의 기호가 비슷한 이들간의 느슨한 연대를 전하고 있다. 그렇게 생면부지 남의집 거실에 낯선이들이 모여앉아 현재의 나로서 대화를 나누고 헤어진다. 익명성과 느슨함이 담보된 취향 공동체가 다양한 이들의 거실에서 이합집산하는 것이 '남의집 프로젝트'다.

1년 9개월간 ‘남의집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니 아무리 사소해 보일지라도 모든 취향은 소중하며,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이들이 지구상 어딘가엔 반드시 존재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마치 영화 엑스맨의 자비에 교수가 전세계 곳곳에 숨어있는 엑스맨들을 하나둘씩 찾아내듯 남의집 프로젝트는 “너의 취향은 소중해. 너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이들이 모인 거실로 오렴” 식으로 엑스맨을 소환해서 취향 공동체를 형성한다.

현재의 나로 대화하고 싶다면 본인의 취향을 마중물로 내어보자. 그러곤 나와 비슷한 취향의 엑스맨들을 거실로 소환해 보면 어떨까? 남의집 프로젝트가 도와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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