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짐 폴·브랜던 모이니핸 ‘로스(LOSS)’

입력 2018-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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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방법보다 돈을 잃지 않는 방법

누구나 돈을 잃어본 경험이 있지만 세상에는 돈을 잃지 않는 방법을 다룬 책은 아주 드물다. 반면에 돈 버는 방법을 다룬 책은 무척 흔하다. 짐 폴과 브랜던 모이니핸의 공저 ‘로스’는 돈을 잃게 만드는 심리작용, 행동특성, 정서를 살펴보고 손실을 피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모건스탠리 국제에너지부 총괄부회장으로 일하던 짐 폴은 9·11테러가 일어났을 때 뉴욕 현장에서 사망했다. 그는 이 책에 자신이 초기 투자자 시절부터 거금을 잃어버리고 재기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그의 재기를 도왔던 것은 돈 버는 기술이 아니라 돈 잃는 기술이었다. 전형적인 실패 사례는 성공한 사람들이 성공을 개인화하면서 발생한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두 가지 진실을 배울 수 있다. 하나는 성공을 개인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반복된 성공 기반 위에 실패가 찾아온다는 사실이다. 내가 잘나서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위기의 씨앗은 이미 뿌려져 있는 셈이다. 다른 하나는 실패를 경험할 때 실패를 개인적인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반복되는 실패들을 기반 삼아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실패를 경험할 때 자존심이나 체면 혹은 오기 때문에 고집을 부리지 않는 것이 바로 실패를 개인화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인생은 리스크투성이다. 때문에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 결정이 당신이 원하는 방식의 결과를 낳을 수 없다는 사실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여러분이 아무리 신중하게 내린 결정이라 할지라도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투자든 경영이든 인생이든 손실 발생 가능성을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 같은 평범한 진리를 받아들이지 못해 몰락한, 똑똑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숱하게 제시할 수 있다. 애플의 잡스는 PC매킨토시를 성공시킨 엔지니어들과 함께 추진한 후속 프로젝트인 넥스트에서 집요하게 자기 비전을 밀어붙인 결과 실패하고 만다. 빅토리아 시크릿에서 놀라운 성공을 거둔 로이 레이먼드는 다음에 손댄 고급 아동의류 분야에서 파산을 경험한다.

린든 존슨 전 미국 대통령의 베트남전 패배 또한 자기 확신을 밀어붙인 결과 중 하나였다. 반면에 코카콜라의 전설적인 CEO 로베르토 고이수에타는 뉴코크에서 실패한 이후에 유연하게 원래의 코카콜라를 클래식 코크로 부활시켜 실패를 만회하는 데 성공한다.

손실을 최소화하는 비결은 시장에 진입하기 전에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계획을 세워도 손실은 발생할 수 있다. 왜냐하면 투자와 경영의 본질에는 손실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획을 세우면 여전히 돈을 조금은 잃겠지만 계획이 없으면 결국 전 재산을 잃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당신이 시장에 진입하고 난 다음에 손실이 발생하면 다음에는 필요에 따라 자신의 결정을 합리화하는 잘못된 결정을 내놓게 되는 것이 사람이다. 시장에 진출하기 전에 상황이 악화했을 때 당신의 퇴출 계획에 대해 서명하는 것이 손실을 줄이는 최상의 전략이다. 저자는 “시장에 진입하기 전이라면 당신이 받아들일 수 없는 손실액에 결코 서명하려 들지 않을 것이므로 시장에 참여하기 전에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손실액이 얼마인지 결정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더 구체적인 방법은 손절매에 대한 당신의 계획을 종이에 적는 것이다. 당신이 규칙을 세운 다음 그 규칙을 게임으로 만드는 경우 잘 통제된 일관성은 시장에서 성공을 담보하고 손실을 줄이는 비결이 된다. 만약에 손실에 대한 한도를 정하지 않은 채 시장에 뛰어드는 경우 실패를 피하기 힘들다. 삶이 게임의 속성을 가진 점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할 보석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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