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공정거래-Law] 사내 통신망 열람 요구 거부, 조사 방해일까?

입력 2018-10-0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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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바른 공정거래팀 백광현(42·사법연수원 36기)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 바른)

공정위는 A 회사에 대해 ‘하도급거래실태 현장확인조사’를 실시했다. B는 A 회사의 무선사업부 구매팀 구매그룹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는데, 공정위 조사관은 조사 과정에서 부당한 하도급단가 결정의 중요한 단서가 되는 구매단가 변동사유 등을 비롯한 하도급법 위반 혐의내용을 확인하기 위하여 B에게 A 회사의 사내 통신망의 열람을 요구했다. 그러나 B는 회사의 기밀 및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공정위 조사관은 사업자의 사무소나 사업장에 출입해 업무 및 경영상황, 장부·서류, 전산자료·음성녹음자료·영상자료 등을 조사할 수 있으며, 이러한 조사를 거부·방해 또는 기피한 자에 대해서 과태료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하도급법 제30조의2, 공정거래법 제50조 제2항).

일반적으로 공정위 조사관은 사업자의 전산자료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특정된 행정조사 목적 내에서 사업자의 협조 아래 전산자료가 저장·보존돼 있는 전산시스템에 대한 접근이 인정돼야 할 것이다. 따라서 조사를 위한 전산시스템의 자료 열람이 거부돼 조사활동 자체가 어렵게 된 경우에는 조사거부·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

◇하도급법 위반 혐의 확인 위해 사내 통신망 열람 필수=공정위는 하도급법이 조사관에게 전산자료 등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과 비밀엄수의무를 부여하고 위반 시 처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하도급법 제27조 제3항 및 제29조에서는 비밀엄수의무 및 비밀엄수의무 위반자에 대한 벌칙을 각각 규정하고 있다)를 마련하고 있는 점, 사내 통신망은 하도급 관련 주요 문서들을 결재하거나 사내 통보수단으로 활동되고 있어 법 위반 협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열람이 필수적이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하도급관련 내용에 한정된 공정위 조사관의 최소한의 사내통신망 열람까지 거부한 B의 행위는 공정위 조사를 방해하기 위한 행위라고 판단했다(공정위 2008. 4. 3. 의결 제2008-114호).

◇법원, 무제한적 내부 전산망 열람 요구 거부 "조사방해 아니야"=B는 공정위의 과태료 부과처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고, 법원은 B가 사내통신망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관의 열람요청을 거부한 것은 정당하므로 공정위는 B에 대하여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수원지방법원 2010. 8. 3.자 2008라609 결정).

즉 사내통신망은 A 회사의 사내 문서통신망으로서 업무를 위한 보고나 결재서류 등의 전송, 구매 관련 품의 등 전자결재 및 결재된 자료의 저장에 사용되는 것으로, 공정위의 조사행위가 헌법 제1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압수수색에 관한 영장주의를 위반하거나 회피할 수 없음이 분명하다고 봤다. 더불어 공정거래법 제50조의2는 ‘조사공무원은 이 법의 시행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조사를 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해 이른바 비례성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공정거래법 제50조에서 규정하는 조사권의 범위는 피조사자의 법익침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엄격하게 새기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특히 공정위 조사관이 요구한 내부통신망 전체를 대상으로 한 열람은 하도급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전산자료의 조사나 자료의 제출 요구라기보다 영장의 대상인 수색에 더 가까운 행위라고 판단했다. 조사관이 부당한 단가결정의 중요한 단서가 되는 서류가 내부통신망을 통해 전달, 보관되고 있다는 의심을 갖게 된 경우 그 서류 내지 전산자료에 대한 제출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내부전산망에 대한 접근 권한을 얻어 무제한적으로 이를 열람할 권한까지는 부여돼 있지 아니하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A 회사의 내부 전산망에 대한 무제한적인 열람권의 부여로 인해 영업비밀이나 관련 직원의 개인정보가 외부로 노출될 우려도 있다고 할 것이어서 이를 공정거래법 제50조의2에서 말하는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의 조사라고 보기 어렵고, 공정거래법이 조사공무원에게 비밀엄수의무를 부과하고 있다고 해도 달리 볼 것도 아니라고 보았다.

◇조사 과정서 불필요한 다툼이나 분쟁 감소=공정위는 2015년 기업의 위법행위는 엄정하게 조사·시정하되, 불필요한 기업부담은 최소하기 위해 피조사업체의 권익보호, 조사절차 투명성 강화를 위해 조사방법·절차, 조사공무원의 준수사항 등을 담은 ‘조사절차 규칙’을 제정했다.

구체적으로는 △조사공문에 구체적인 법 위반 혐의와 조사대상의 사업자명과 소재지를 특정해 기재해 과잉조사를 사전에 차단하고 △조사공문상 조사범위를 벗어난 조사에 대한 피조사업체의 조사거부권을 보장하며 △피조사업체의 신청이 있는 경우 현장조사에서부터 진술조서 작성에 이르기까지 조사 전 과정에 변호인 참여를 보장했다.

또한 △조사공무원은 조사시작·종료시각, 조사과정상 특이사항 등을 기재한 ‘현장조사 과정 확인서’를 작성하고 피조사업체로부터 확인을 받고 아울러 조사 과정에서 수집하거나 제출받은 자료의 목록을 작성해 피조사업체에게 교부하도록 했다. 한편 △조사공무원의 위압적 조사, 일일보고 누락 등 규칙 위반 시 벌칙(패널티)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러한 조사절차 규칙으로 인해 공정위의 위압적 조사금지, 조사과정에서 변호인 참여, 조사목적과 조사대상의 특정 등으로 인해 피조사업체의 권익이 보호됨에 따라 공정위가 현장조사를 하는 과정이 보다 더 투명해지고 불필요한 다툼이나 분쟁이 감소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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