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도에서 살아남기

입력 2018-10-0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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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름 금융부 기자

“되는 것도 없지만, 안 될 것도 없다.”

인도 출장 첫날, 되는 게 없었다. 와이파이는 먹통이다. 우버(Uber)에서 목적지를 설정해도 제대로 내려준 택시기사는 드물었다. 러시아워에는 4차선 도로가 8차선으로 변해 도착 예정 시간은 미뤄지기 일쑤였다. 거리는 무단 횡단하는 사람들과 한 무리의 소 떼가 뒤엉켜 혼잡했다.

무질서한 건물 사이 인도에 진출한 우리나라 은행들을 방문했다. 현지 지점장들은 까다로운 금융 규제는 물론이고, 매일 부딪히는 문화적인 차이가 더 힘들다고 했다. ‘빨리빨리’에 익숙한 한국의 일 처리 방식과 다른 인도의 특성을 “Tomorrow is not tomorrow”라며 혀를 내둘렀다. 마감 시일을 정해도 차일피일 미뤄지기 일쑤라는 것이다. 여전히 카스트 제도가 남아 있어 실제 한 지점에서는 과장이지만 대리 직급보다 신분이 낮아 직원 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인도 체류 기간이 긴 주재원일수록 “It’s India”라며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들을 직접 견뎌본 자만이 취할 수 있는 태도다. 느긋함에서 나오는 인디아 타임, 구술문화에서 비롯된 길어지는 협상, 가르치려 드는 걸 싫어하는 민족적인 자부심 등 인도인들과 부대끼며 면면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인도를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기업들은 이런 인도의 문화적인 특성 때문에 어느 나라보다 불확실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불확실성은 예측과 준비, 대응을 해야 하는 기업들에는 가장 큰 리스크다. 인도에 진출한 기업들의 성공 기간을 보면 아세안에서는 3~5년 정도가 걸리는 데 비해 인도에서는 5~10년이 필요하다고 한다. 인도에서 만난 한 은행장은 “우리가 바꾸려고 하는 것일 뿐, 인도는 원래부터 인도였다. 적응만이 살 길이다”라고 말했다. 다름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때 리스크는 줄어들게 된다.

인도 사람들은 알겠다고 끄덕일 때 고개를 15도 정도 튼 채 갸웃거린다. 처음엔 좋다는 건지 싫다는 건지 확실치 않아 답답했다. 하지만 며칠이 걸려 그들의 방식인 걸 이해하자 소통이 빨랐다. 인도에 마음을 열자 ‘되는 게 없다’에서 ‘안 될 것도 없다’로 방점이 찍히게 됐다. 연간 7%의 GDP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나라, 기회의 땅에서 우리 몫을 차지하는 건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달렸다. 이게 바로 인도에서 안 되는 것도 되게 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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