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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 리포트]‘빚 공화국’ 한국, 다중채무의 ‘공포’ 엄습…부도 전염 막아야
입력 2018-09-21 09:59
1인당 가계부채 증가속도 3.1%P로 OECD의 7.8배…스트레스 테스트 모형 고도화 진행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가계부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7.8배에 달할 정도로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가계 빚 상승세가 이어지면 1인당 가계부채는 올해 3000만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저소득층의 금융부채가 다른 소득 분위와 달리 비거주 부동산담보대출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취약차주의 대출 규모는 85조 원에 달했다. 금융감독원은 다중채무자 부도 전염 등을 방지하기 위해 올 하반기 스트레스테스트 모형(STAR-Ⅱ)의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1인당 가계부채 3000만 원… 증가 속도 OECD 7.8배 = 최근 발표된 한국은행 가계신용, 통계청 인구 추계를 바탕으로 계산한 2분기 말 국민 1인당 가계부채는 2892만 원이다. 가계신용 1493조1555억 원을 인구 5163만5000명으로 나눈 수치다. 2004년 3분기 1인당 가계부채가 1004만 원으로 1000만 원을 돌파했고, 9년 뒤인 2013년 4분기(2021만 원) 2000만 원을 넘어섰다. 2015년 1분기 2153만 원이던 것이 2년 뒤인 2017년 1분기 2642만 원으로 489만 원 불어났다. 다시 1년 새 200만 원 늘어나 올해 1분기 2843만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증가율도 2013∼2014년에 4∼5%였던 것이 2015∼2017년 두 자릿수로 커졌다.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6%, 7.2% 증가율을 보이며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아직 2015년 이전 수준으로 낮아지지는 않았다. 하반기에도 7%대 증가율을 지속한다면 올해 말 1인당 가계부채는 3018만 원에 이를 것을 추산된다. 이는 OECD와 비교해도 놀라운 수치다. 2009∼2016년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속도’(부채 증가율-소득 증가율)는 3.1%포인트인 반면 같은 기간 OECD 평균은 0.4%포인트에 불과했다. OECD 국가들은 가계부채가 소득과 비슷한 속도로 불어났으나 한국에선 소득보다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한 결과다.

규모가 커지면서 대출자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 가계수지 중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이자비용은 2분기 말 현재 10만2991원으로, 1년 전(8만1399원)보다 26.5%나 급증했다. 시중금리 상승 탓이다. 예금은행의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잔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7월 연 3.55%로, 2015년 7월 이후 가장 높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금리 인상도 고려하고 있지만 한계가구가 위기에 빠질 우려도 있어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저소득층, 비거주 부동산담보대출 몰려… 5년 새 가구당 450만 원 ↑ = 이런 가운데 저소득층에서 비거주 부동산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금융부채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국금융연구원 금융포커스에 실린 ‘저소득층 금융부채 현황 및 시사점’을 보면 소득 1분위(소득 하위 20%)의 평균 금융부채 중 비거주 부동산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3월 10.8%(254만 원)에서 2017년 3월 19.6%(705만 원)로 8.8%포인트(451만 원) 증가했다. 거주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40.3%포인트에서 42.2%로 1.9%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소득 2·3·4분위는 거주주택담보대출이 늘고 비거주 부동산담보대출은 감소하는 상반된 양상을 보였다. 거주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8.3%포인트, 4.8%포인트, 3.9%포인트 증가한 가운데 비거주 부동산담보대출은 8.0%포인트, 0.6%포인트, 2.5%포인트 줄었다.

신용대출의 경우 저소득층은 지속해서 감소했지만, 소득 4·5분위 고소득층은 증가했다. 2012년 3월 소득 1분위 금융부채 보유 가구의 평균 신용대출 보유액은 701만 원으로 전체 금융부채의 29.7%였으나, 2017년 3월에는 469만 원으로 13.0%를 차지했다. 소득 4·5분위는 각각 2012년 934만 원(16.8%)에서 2017년 1170만 원(13.1%), 1656만 원(13.2%)에서 2001만 원(12.7%)으로 평균 신용대출 보유액은 증가하고 비중은 감소했다.

이수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 1분위 중 담보로 제공이 가능한 거주목적 외 부동산을 소유한 가구의 비중이 예상보다 유의한 수준일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담보력이 취약할 것으로 여겨지는 저소득층에 대한 인구적 특성, 자금수요와 용도, 대출이용기관에 대한 자세한 분석을 통해 가계부채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취약차주 대출 85조 원… 비은행 65.5%쏠려 = 정부는 저소득층(소득 하위 30%)과 저신용자(7~10등급)를 중심으로 다중채무자, 즉 취약차주가 늘어나고 있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 20일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상황(금안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4~6월) 말 현재 취약차주 대출규모는 85조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82조7000억 원) 대비 2조4000억 원 증가한 것이다. 전체 가계대출(1409조9000억 원) 대비 비중은 6%로 지난해 말(6%)과 같았다.

다중·저소득자 대출은 지난해말보다 2조7000억 원 증가한 48조2000억 원을 기록한 반면, 다중·저신용자 대출은 2000억 원 감소한 49조7000억 원을 보였다. 다중·저신용·저소득자 대출은 12조8000억 원으로 전년 말보다 1000억 원 확대됐다.

취약차주의 대출은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은행에 65.5%가 쏠려 있었다. 취약차주의 비은행 대출 보유 비중은 65.5%로 작년 말(66.4%)보다 소폭 줄었지만 비취약차주(41.5%)와 전체 가계대출(42.9%)자들의 비은행 대출 보유 비중보다 높았다. 권역별로는 상호금융이 25.3%로 가장 많았고, 이어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15.7%), 대부업(10.0%), 저축은행(7.8%), 보험사(4.8%) 순이었다. 해당 차주 전체 가계대출 대비 신용대출 점유 비중을 보면 취약차주는 43.1%로 작년 말(42.7%)보다 확대됐다. 이는 비취약차주(23.6%)의 두 배 가까운 수준이다.

◇다중채무자 막자… 하반기 ‘스트레스테스트 모형’ 고도화 = 금융감독원은 7월 발표한 금융감독 혁신 과제의 일환으로 올 하반기 스트레스테스트 모형(STARS-Ⅱ)의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심각한 경제·금융위기 상황을 가정하고 이에 따른 금융산업와 금융회사의 금융 안정성 등을 계량 평가하는 리스크 관리 기법이다. 금감원이 개발한 STARS(Stress Test for Assessing Resilience and Stability of financial system version)는 전 금융권역 대상 하향식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으로 거시건전성 감독 활용 목적으로 개발됐다. 특히 STARS-Ⅱ의 ‘다중채무자의 부도 전염효과 추정 방법론’은 여러 금융권역에서 동시에 대출을 받은 대출자의 경우, 한 권역에서 대출이 부실해지면 다른 권역에서도 빠르게 부실화되는 도미노 현상 모형을 담고 있다.

일례로 국내 은행의 대출자 1110만 명 가운데 비은행과 동시에 거래 중인 다중채무자는 380만 명(은행 거래 차주의 33.7%)으로, 다중채무자의 비은행권 대출이 부실해지면 시차를 두고 은행권 대출 부실로 이어져 은행이 예상 범위를 초과하는 손실을 겪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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