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성추행' 이윤택 징역 6년...미투 첫 실형 "복종 악용한 범죄"

입력 2018-09-19 16:02수정 2018-09-1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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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극단 단원들에게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가한 혐의를 받는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단원 성폭행' 1차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18.05.09. stoweon@newsis.com

연극 동료를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연극연출가 이윤택(66) 씨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으로 기소된 유명인사에 대한 첫 실형 선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황병헌 부장판사)는 19일 상습추행 및 유사강간치상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80시간의 성폭력 프로그램 이수, 관련 기관에 10년간 취업 제한 명령도 함께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작가 겸 연출자로 높은 명성과 권위를 누린 사람"이라며 "연극 배우들에게 안마를 시키며 오랜 기간 반복적, 지속적으로 성추행하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들 대부분이 연극인의 꿈을 이루려 단원이 됐고, 피고인을 스승으로 생각해 지시에 순응했다"면서 "이는 소중한 꿈을 이루기 위해 피고인의 권력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의 처지를 악용한 범행"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재판부는 ‘독특한 연기지도 방법일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던 이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연기 지도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신체접촉은 단원들 사이에 용인됐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신체접촉이 이뤄진 부위 등이 성적 수치심,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경우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은 이상 연기 지도 방식으로의 상당성,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고의는 없었다"는 피고인 측 주장에 대해서도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필요한 게 아니라 피고인이 추행한 사정을 인식했다는 것만으로 고의성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측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성범죄 피해자가 자신이 당한 피해를 드러내고 문제 제기하는 것은 상당한 고통과 심리적 부담이 따른다"며 "더군다나 피해자들은 연희단 단원이거나 극단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서 개별적으로 자신이 당한 피해를 알리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은 높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성범죄자 위험성 평가 결과에 따르더라도 재범의 위험성이 높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이 씨에 대한 보호관찰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은 극단 내 왕처럼 군림하면서 수십 명을 성추행했음에도 반성의 기미가 없고 피해자들이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더불어 보호관찰 명령과 신상정보 공개도 함께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윤한슬 기자 charmy@etoday.co.kr)

이날 피해자 측 변호인 이명숙(55ㆍ사법연수원 19기) 변호사는 선고가 끝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성범죄, 미투를 판단할 때 피해자가 '노'라고 하지 않아도 피해자 의사에 반했다면 성폭력으로 봐야한다는 하나의 기준이 되는 판결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희단거리패 창단자이자 실질적인 운영자인 이 씨는 배우 선정이나 퇴출 등 극단 운영에 절대적 권한을 가진 점을 이용해 2010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단원 8명을 총 24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당초 이 씨는 1999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여성 단원 17명을 62차례 추행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검찰은 공소시효를 고려해 2010년 4월 이후 발생한 추행에 대해서만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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