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ㆍ수도권 기웃거리는 투자수요

입력 2018-09-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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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3대책으로 서울 집값 상향 평준화 우려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정부 ‘9.13 부동산 대책’을 접한 서울 주택 보유자들의 심정은 어떨까. 아마 당혹스럽기 짝이 없을 것이다.

앞으로 집값이 내릴지도 모르는 마당에 세금만 잔뜩 부담해야 할 판이니 그렇지 않겠는가.

집을 여러 채가 갖고 있는 사람은 큰 곤경에 빠질 게 분명하다. 7억 원짜리 소형 아파트 두 채만 갖고 있어도 재산세종합부동산세를 합한 보유세는 현재 381만 원에서 432만 원으로 불어난다. 집값이 비쌀수록 세금은 기하급수로 늘어난다. 시세 15억 원짜리 두 채인 경우 보유세가 지금보다 약 두 배 많은 2000만 원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현재 80%인 공정시장 가액비율을 매년 5%씩 올린다고 하니 세금은 자꾸 늘어난다. 그야말로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는 말이다.

이 정도 되면 세금을 못 내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정부는 세금이 부담되면 집을 팔라고 하겠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이런 판에 누가 집을 사려고 하겠는가. 거래 절벽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집을 팔고 싶어도 거래가 안 돼 세금만 꼬박꼬박 물어야 할지 모른다.

정부가 잘 못해 집값이 오르게 해 놓고 이제 와서는 집 있는 사람을 죄인 취급하는 모양새다.

외환위기 때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온갖 규제를 풀어 주택좀 구입해달라고 정부가 사정할 정도였다. 금융위기 여파가 가시지 않았던 박근혜 정부 초기에도 그랬다.

집값을 띄워놓은 장본인은 정부인데 모든 책임은 유주택자에 덮어씌우는 격이다.

대통령이 누구였든 간에 국민 입장에서는 다 같은 정부다.

그랬던 정부가 세금을 잔뜩 물리는 것도 모자라 거래까지 묶어버렸다.

이뿐만 아니다. 주택시장이 너무 얼어붙으면 돈이 안 돌아 경제가 망가진다. 소비 위축으로 폐업 사태가 벌어지고 그만큼 일자리도 없어진다.

정부의 일자리 늘리기 정책과 상반된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주택시장은 안정될까.

종부세 대상인 고가 주택시장은 얼어붙을 여지가 다분하다. 대출이 묶여 10억 원대에 이르는 구입자금을 스스로 충당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약 조정 지역이 아닌 수도권과 지방의 인기지역은 어쩌면 9.13 대책이 오히려 호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시중의 여유자금이 그쪽으로 흘러들어 집값을 올려놓을 것이라는 얘기다.

서울도 종부세 대상이 아닌 집을 사려는 수요는 늘어날 게 뻔하다.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강북권 집값은 더 상승할 것이라는 말이다.

여유 자금들은 어차피 투자 대상을 찾게 마련이다. 그동안 좋은 투자처로 불렸던 강남권이 위축되면 다른 곳을 기웃거리게 될 것이란 소리다.

아무래도 다음 차례는 평택·파주와 같은 수도권 산업도시 쪽이 아닐까 싶다.

장기적으로 발전 잠재력이 풍부하고 이번 규제도 받지않는 이런 곳에 돈을 묻어두려는 수요가 늘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규제 무풍지대의 주택을 여러 채 구입해 임대주택 사업자로 등록할 공산이 크다. 단기 차익 실현이 쉽지 않아서다.

지방 인기지역도 그렇다. 지금은 공급 과잉에다 경기 침체로 집값이 하락했어도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을 몰고 다니는 컨설팅업자들의 향방도 관심 대상이다.

이들도 뭔가 일감을 만들어야 먹고산다. 어떻게 하든 수익성 있는 상품을 만들어 투자를 권유할 것이다.

물론 수도권 집값이 급등하면 그곳도 규제 대상에 집어넣지 않겠느냐 하겠지만 경기가 겨우 살아나는 곳까지 묶는 것은 정부로서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강남권도 당장은 숨을 죽일지 몰라도 결코 망가질 대상은 아니다. 잠재 수요가 많아서 그렇다.

어찌 됐던 이번 규제책으로 인해 강남권은 당분간 위축될 확률이 높다. 반면에 강북권이나 수도권 인기지역은 오히려 호황을 누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보다 수도권 토지시장으로 돈이 몰려 땅값이 대폭 오를 공산이 크다. 불로소득의 주범으로 꼽히는 땅은 이번 규제와 상관없어 좋은 투자 상품으로 각광받을 것이라는 소리다.

주거용 오피스텔도 인기상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실제 용도는 주택이지만 일반적인 주택 기준에 포함되지 않아서다.

주거 안정화를 위한 이번 조치는 많은 부작용을 낳을 여지가 다분하다. 정부가 그토록 바라던 강남권은 진정시킬 수 있겠지만 다른 곳 집값을 올려 무주택 서민의 집 마련을 더욱 어렵게 만들지 않을까 걱정된다.

강북권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이 올라가면 주택 구입 비용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뜻이다.

이게 무슨 대책인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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