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없는 신제품의 낄.끼.빠.빠.

입력 2018-09-1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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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 출시하려면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애초에 생각했던 것과 영 다른 방향으로 제품이 출시되기도 하고, 개발 단계에서 깊게 파고 들어가 보니 비로소 왜 지금껏 그와 같은 제품이 나오지 않았는지 이해가 가는 경우도 있다. 머릿속에 생각해 봤던 모양 그대로 출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지만 열에 아홉은 애초의 생각과는 사뭇 다른 모양새로 나타난다. 과해진 욕심으로 심지어 변질되기까지 한다.

신규 브랜드를 출시할 때 가장 염두에 둬야 하는 건 특이성이다. 유사한 제품이 시장에 출시된 적이 있었는지, 없었다면 ‘왜 제품이 출시되지 않았을까?’ 그 이유를 추론하는 건 상당히 중요하다.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들을 위해 또 그만큼의 상품 개발자들이 존재한다. 기획자 머릿속엔 ‘왜 지금 내가 생각해낼 수 있는 필요 제품이 아직 시장에 등장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다. 검색어를 인터넷 검색창에 나열하다 보면 내가 생각하고 있는 모든 특이한 제품은 이미 존재함을 알게 된다. 이렇게 우리는 필요한 모든 것이 구비된 포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특이성의 의미를 달리 생각해 보자. 무엇인가 세상에 이미 존재하면 그 이후 출시된 제품은 존재 의미가 상당히 옅어진다는 고정관념을 버릴 필요가 있다. 특이성을 추구하는 당신에게 아마존 한 귀퉁이에 이름 없이 놓여 있는 유사 제품 존재 자체는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제품 기획자라면 다르다. 유사 제품은 때론 고마운 참고자료가 된다. 무엇부터 손을 봐야 할지 모르는 상황보다는 눈에 띄는 잘못을 발견하는 게 쉬운 건 사실이다. 유사 제품이 시장에 출시된 이후 소비자 반응을 몇몇이라도 간접적으로 볼 수 있으니, 제품 개발자에게는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다.

이전에 출시된 유사 제품은 전체적인 제품 기획 흐름을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자연스레 제품 기획자 머릿속 아이디어는 더욱 구체적으로 발전한다. 그래서 모든 아이디어는 이미 실물로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하며, 이런 제품을 끝없이 찾는 데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무엇이든 유사한 제품은 존재하기 마련이며 그 안에서 무엇이 트렌드와 묶이고 니즈와 결합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교감하는 것이 오늘날 제품 기획자의 역할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신제품 성패 요소가 될 수 있을까. 필자는 첫째로 디자인, 둘째로는 타이밍을 꼽고자 한다. 첫눈에 호기심을 발휘할 수 있고, 계속 예찬이 가능한 디자인을 구현하는 것이 입소문 시작점의 역할을 한다. 들리는 것보다 보이는 것이 각인의 효과가 배가되고, 소문과 실물 디자인이 거의 일치했을 때 소비자는 더욱 환호한다.

‘가격 대비 효율’, ‘기회비용’, ‘가심비’와 같은 용어들이 무엇을 내포하는지를 안다면 타이밍 또한 신제품 성패의 핵심이 된다. 새로울 것 하나 없는 세상에서 의미 있게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상대적인’ 것뿐이다. 타이밍은 상대적인 상황에서 가로축과 세로축의 어젠다를 뒤바꿔준다. 90도 돌려 보도록 소비자 시각을 설득하려면 개발자는 ‘새로워 보이도록 함’을 추구해야 한다. 디자인과 타이밍이 그 역할을 한다.

‘21세기’라는 단어도 새롭지 않을 이 시대에 나만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신제품은 없다. 이미 등장했고, 누군가 생각했던 것을 조합하고 다듬고 활기를 불어넣을 콘셉트를 잡는 건 기획자의 몫이다. 신제품의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야 한다는 신조어)를 잘하기 위해 끊임없이 소비자 행태를 조사하고, 파악하고, 배려하고, 읽어야 한다. 그래야 준비된 그때, 그 새롭지 않을 제품 아이디어가 머릿속을 스치더라도 조합하고, 디자인하고, 제때, 제대로 디자인하고 설득할 수 있다. 제품 기획자가 늘 노곤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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