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공정거래-Law] 갑작스런 공정위 현장조사, 제출자료 반드시 사본 남겨야

입력 2018-09-0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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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바른 공정거래팀 전승재(35·변호사시험 3회)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 바른)

공정위 조사공무원이 갑자기 회사에 들이닥치는 날이 없으면 좋겠지만, 그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공정위 조사공무원은 가장 먼저 조사협조 공문을 제시할 것이다. 그 공문에는 회사가 받고 있는 법위반혐의가 대략 기재되어 있을 것이다. 맨 아래 경고문구에는 폭언·폭행, 고의적인 현장진입 저지 등을 통해 조사를 방해하거나, 자료의 은닉, 폐기, 접근거부, 위변조 등을 한 경우 처벌된다는 무서운 말도 써있을 것이다.

만약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을 가져오라고 버티며 회사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공정위는 법원의 영장 없이도 현장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그러니 일단 문은 열어주고 조사공무원들을 전용 회의실로 안내하자. 참고로 어느 회사는 사업장 출입보안을 맡은 외주 경비업체에게 출입증 등록에 시간이 걸린다는 핑계로 조사공무원들의 진입을 늦추라는 지시를 내렸다가 거액의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자료를 부랴부랴 숨기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다. 어느 회사는 처음 받아보는 공정위 현장조사에 당황한 나머지, 꺼림칙한 자료들을 처음에 여자화장실에 숨겼다가, 여자 조사관이 들이닥치니 급히 남자화장실에 숨겼다가, 그렇게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들켰다. 결과적으로 과징금이 대폭 가중되고 고위 임원이 구속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공정위가 모든 사내 자료를 무제한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조사공무원이 조사 범위를 벗어나 사내 전산망의 모든 접근권한을 열어달라는 요구를 한다면 여기에는 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조사공무원이 회사에게 법위반혐의가 있는 부분을 특정해 자료제출 요구를 하는 데에는 협조해야 한다. 유의할 점은, 조사공무원에게 자료를 넘겨주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넘겨준 자료는 반드시 사본을 남겨 두어야 한다. 그래야만 현장조사가 끝난 후 후속 대응이 가능하다. 어느 회사는 현장조사때 제출한 자료의 사본을 모아두지 않아서, 무슨 자료를 공정위에서 갖고 있는지 몰라 그 후 변호사를 선임했음에도 실효적인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공정위의 현장조사 시에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보장된다. 피조사인의 입장에서 현장조사는 사건의 시작이다.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첫 대응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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