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법률-이혼] 배우자가 원하지 않아도 이혼할 수 있을까

입력 2018-09-05 11:07수정 2018-09-0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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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소송 과정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는 문제 중 하나가 상대방 배우자가 이혼을 원하지 않는 경우, 이혼 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다.

폭행, 부정행위 등 상대방 배우자에게 혼인 파탄의 전적인 책임이 있다면 그 배우자가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재판상 이혼 사유가 인정되어 이혼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이혼소송을 제기한 청구인이 유책배우자라면, 대법원 판례에 따라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즉, 부정행위를 저지른 남편이 부인을 상대로 이혼을 청구하는 경우, 부인이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면 재판상 이혼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오랜 별거 등으로 결혼생활이 파탄 났다고 해도 애초 별거의 원인이나 혼인 파탄의 책임이 이혼소송을 청구한 당사자에게 있다면 상대방이 이혼을 원하지 않는 이상 이혼할 수 없다.

다만 △파탄 이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명백한데 오기나 보복의 감정으로 이혼에 응하지 않는 경우 △세월이 오래 지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도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이혼소송 경향을 보면, 혼인 파탄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명백하게 입증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결혼생활을 오래 하지 않은 부부가 성격 차이로 별거를 시작했다가 별거가 장기화된 경우가 대표적이다. 또는 상대방 배우자의 폭행이나 폭언이 있었지만 부부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일이라 남겨둔 증거가 없어 이를 입증할 방법이 없는 경우도 있다. 드물게는 상대방 배우자의 폭행이 있고 증거도 있지만, 법원이 폭행을 당한 당사자의 고통을 고려하지 않고 폭행을 매우 가벼운 것으로 치부해 상대방의 전적인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

이러한 사안에서 이혼소송을 제기한 청구권자가 혼인 파탄의 책임이 상대방에게 있음을 입증하는 데 실패할 경우, 오히려 청구인이 유책배우자로 취급돼 이혼이 성립되지 않은 안타까운 사례도 가끔 접한다. 대법원 판례는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상대방에게 있는 경우는 물론 부부 쌍방에게 있는 경우에도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다면 재판상 이혼 사유를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상대방이 혼인 파탄에 전적인 책임이 있음을 입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격 차이ㆍ가치관 차이ㆍ장기간의 별거 등 어느 일방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정으로 인해 이미 혼인 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인이 파탄 난 상태임을 주장하고 입증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특히 상대방 배우자가 오기나 보복적 감정으로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다든지, 혼인 기간보다 별거 기간이 더 긴 경우 등 더 이상 부부로서 부부공동생활을 회복할 수 없는 상태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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