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 “올해 안에 반드시 공단 재가동돼야”

입력 2018-08-2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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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 입주 기업들 참가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23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 본관 사무실에서 가진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시간이 지난다고 더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리라 보지 않는다”며 “올해가 넘어가면 청산절차를 밟든지 해서 개성공단을 가슴에 묻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됐다. 그 뒤로 정권이 바뀌었고 4·27, 5·26 남북 정상회담, 6·12 북미 정상회담까지 역사 교과서에 기록될 사건들이 이어졌다. 그만큼 개성공단 재가동을 둘러싼 기대감도 높아졌다. 그러나 기대감은 굳게 닫힌 개성공단의 문을 열어젖히는 데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이번 정부 들어 방북 승인도 3차례나 시도했지만 번번이 성사되지 않았다.

9월 평양에서 열릴 3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개성공단 입주사들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하다. 22일 개성공단 기업 대표들이 모여 비상총회를 연 이유도 막막함과 불확실성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서였다. 총회가 끝난 다음 날인 23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 사무실에서 신한용(58)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을 만나 속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군사작전 하듯…누굴 위한 폐쇄였는지

-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 소식에 심경이 착잡했을 것 같다. 당시 상황을 설명해 달라

“2016년 2월 10일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이었다. 1월에 북한 핵 실험이 있고 나서 한 달 정도 지난 상황이었다. 전문가들이 위기감이 고조됐다고 말하던 차에 통일부로부터 입주사들을 소집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상당히 안 좋은 징후로 받아들여졌다. 30여 명이 오후 2시에 모였는데 통일부 고위 관계자들이 다 모여 있었다. 통일부는 그날 오후 5시에 개성공단 폐쇄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2시간 반 전에 알려준 셈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3일의 시간을 준다면서 기업당 차량 1대, 인원 1명만 개성공단에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인질로 잡혀 갈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물건을 줄줄 흘리면서 추방당했다. 사전에 좀 더 빨리 귀띔이라도 해 줬으면 물건이라도 더 빼 올 수 있었을 텐데 마치 군사 작전이나 다름없었다. 당시 결정된 폐쇄 조치가 과연 누구를 위한 폐쇄였는지 지금까지 의문이 든다.”

- 22일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 총회가 열렸다. 총회가 열린 배경은

“일단 판문점 공동선언이 발표된 뒤 우리는 환호했다. 경협 이슈가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그 뒤로 6·12 북미 정상회담까지 지켜보자고 했다. 그런데 북미 회담 이후 후속 조치가 없다시피 했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지속하는 한 경협도 요원한 것으로 판단했고, 20여 일 전에 비대위를 열었을 때는 시계가 거꾸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팽배했다. 비대위에 30여 개 기업 대표가 참석했다. 그중 80% 정도가 청산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사람들이 123개 기업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는 없어서 비상대책 총회를 연 것이다. 이번 총회에는 83개사 대표들이 참석했다.”

불허 아닌 유보라지만, 뭐가 다른가

- 총회에서 어떤 결론이 나왔나

“총회를 22일로 잡은 이유는 대통령의 광복절 메시지까지 보고 난 뒤 판단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광복절 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개성공단 재개 의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내면서 불안하고 화났던 입주사들의 마음이 일부분 누그러졌다. 총회 자유발언에서 대다수 기업 대표들이 정부를 믿고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재개가 시급하지만, 일정 시점까지 인내하자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였다.”

- 일정 시점이란

“올해 정도까지로 본다. 앞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 북한 정권 수립일인 99절(9월 9일), 9월 3차 남북 정상회담, 11월 미국 중간선거 등이 남아 있다. 입주사들은 ‘그렇다면 올해까지는 지켜보는 게 맞다’고 의견을 수렴했다.”

- 총 6차례, 이번 정부 들어 3차례 방북 요청이 무산됐다. 정부를 향해 불만이 쌓였을 것 같은데

“정부에서는 ‘유보’라는 단어를 쓰면서 이전 정부에서 내린 ‘불허’와는 다르지 않냐고 얘기한다. 그러나 우리로서는 유보나 불허나 다르지 않다. 만약 방북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주변국에서는 개성공단 재가동의 절차로 볼 것이다. 아무래도 정부는 이 점을 우려하는 것 같다. 주변국에 양해를 구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 방북 신청이 계속 불허되는 상황에서 정부를 향해 방북을 요구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본다.”

- 정부에 추가로 요구한 사항은

“개성공단 내 설치되고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소할 때 개소식에 입주 기업들이 참가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상징적으로 3~4개 업체가 참가하길 원한다. 열흘 전에 정부에 이 같은 요구를 전달했지만 아직 답변을 받은 것은 없다.”

-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등이 개성공단의 재가동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어떻게 보나

“이해찬 당 대표 후보, 송영길 당 대표 후보, 정동영 대표 모두 소신이 있고 의지가 있다고 본다. 정부가 머뭇거리면서 하지 못하는 것을 국회가 해내야 한다. 국회가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에 앞장서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문제 생기면 상황 안 좋아질 것

- 개성공단 재개 시점을 언제쯤으로 전망하는가

“올해 안에 다시 열고 싶고, 다시 열어야만 한다고 본다. 개성공단 입주사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올해를 넘기고 시간이 더 지난다고 해서 더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리라 보지 않는다. 특히 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나면 더 좋은 환경을 만들기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금 정치적으로 위기라고 하는데, 만에 하나 트럼프 대통령에게 문제가 생기면 누가 대북 이슈를 진행할지도 걱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건재해야 남북 관계도 풀릴 수 있다고 본다. 이 때문에 올해가 넘어가면 암담하다고 본다. 청산 절차를 밟든지 해서 개성공단을 가슴에 묻을 수도 있다. 비상대책 총회에서 보니 병색이 완연한 사람도 있고, 심신이 고달파 못 온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개성공단 문제로 경제적, 심리적인 박탈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입주 준비 중인 중소기업이 많은가? 또 공단 재가동 시 모두 재입주를 하는지

“입주사의 96~97%가량이 재가동 시 재입주하겠다고 밝혔다. 개성공단에 기업들이 들어갈 때 그냥 설렁설렁 들어간 게 아니다. 모두 기업가 정신이 있다. 또, 재가동되면 새 입주 기업들도 받아야 한다고 본다. 여러 기업들이 서로 경쟁하고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 북한의 변화를 이끄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개성공단은 북한 넘어 북방 진출 첨병

- 개성공단이 앞으로 경협에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는가

“개성공단이 만들어질 때 원래 첨단 산업까지 계획돼 있었다. 그런데 정권의 부침에 따라 절름발이식으로 머물다가 지금 이 상황까지 온 것이다. 재가동이 된다면 예전과 다르게 운영되어야 한다. 특히 남북 관계에 사명감을 가진 기업,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업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성공단은 북한을 넘어 북방으로 진출하는 첨병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국, 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 등 동북아시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를 제안했다. 중국, 러시아, 몽골을 횡단하는 시대가 오면 북한을 거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북한이 없으면 우리는 섬나라다. 요충지인 북한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대통령도 ‘평화가 경제다’라고 말했다. 북한을 주적 관계로 계속 보면 한국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

●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1960년생으로 인하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 11월 신한물산을 설립했고, 2007년 8월 자회사로 개성신한물산을 설립하면서 개성공단에 진출했다. 신한물산은 어망을 포함해 각종 어구를 제조·판매하는 기업이다. 신 회장은 2002년부터 인하대학교 초빙교수로 강의하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에 이어 2017년 4월 7대 개성공단기업협회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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