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술굴기’의 그림자...공룡기업 손바닥 위에 놓인 스타트업

입력 2018-08-1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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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알리바바 600억 달러 쏟아부어 시장 장악...미국처럼 흡수 아닌 계약·투자라 기업들 더욱 불안

▲텐센트, 알리바바그룹홀딩스, 앤트파이낸셜이 투자한 중국 내 주요 기술 기업. 파란색이 텐센트, 노란색 알리바바, 흰색 앤트파이낸셜. (차례대로) 디디추싱, 메이퇀뎬핑, 핀둬둬, 어러머. 중안보험. 중국문학. 과하오테크/웨이이/위닥터. 이지홈. 메이주. 센스타임. 오른쪽은 기업 가치. 단위 10억 달러. 출처 블룸버그.
중국이 ‘기술 굴기’를 꿈꾸며 거침없이 성장하는 가운데 IT 공룡 대기업들의 신생기업에 대한 장악력이 세지면서 시장 불균형이 일어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 블룸버그통신은 알리바바그룹홀딩스와 텐센트 등 중국 대표 기술기업들이 자금력을 뽐내면서 스타트업들의 대기업 의존도가 심화하는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들이 돈과 투자를 양손에 쥔 채 신생기업의 운영과정에까지 밀고 들어와 이사회를 장악하고 투표권과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기업의 성패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약 20개 기업이 기업공개(IPO)를 하는 데 있어서 주요한 위험 요소로 텐센트와 알리바바를 꼽았다. 홍콩 음식배달업계 선두주자이자 IPO에서 60억 달러(약 6조8000억 원) 유치를 목표로 하는 메이퇀뎬핑과 지난달 뉴욕에서 16억 달러를 모금한 전자상거래업체 핀둬둬 등이 그 위험을 몸소 느끼고 있는 대표 기업이다. 핀둬둬 측은 “텐센트와 관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우리 사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블룸버그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실제로 핀둬둬가 텐센트의 메시징 플랫폼 ‘위챗’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텐센트의 채팅 응용프로그램은 핀두오두오가 3억여 명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해줬다. 카이위안캐피털의 브록 실버스 상무이사는 “텐센트는 핀둬둬 사업이 잘 되는 한 계속 투자하겠지만, 핀둬둬보다 나은 사업이 나왔을 때 텐센트가 그것으로 갈아타도 막을 방법이 없다”고 꼬집었다. 텐센트는 핀둬둬 지분 17%를 가지고 있다. 헨리 멕비 KKR 최고운용책임자(CIO)는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두는 어떤 회사가 중국의 시장에서 성공하거나 실패할지를 결정할 수 있을 만큼 그 힘이 유례없이 어마어마하게 커졌다”고 설명했다. 자금력뿐만 아니라 확보한 고객의 수나 시장을 특정 신생기업에 유리하게 만들 수 있는 시장 지배력도 중요하다.

미국 기술 대기업들도 시장 독점 때문에 비판받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 아마존과 애플, 페이스북 등은 IPO에 자금 조달을 하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게 아니라 아예 인수합병(M&A)을 통해 사들이기 때문에 기업 간 갈등이 중국처럼 크지 않다. 중국 대기업들은 언제든 투자금을 회수하고 빠질 수 있는 여건이기 때문에 신생기업들 입장에서는 더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CB인사이트에 따르면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시가총액 10억 달러 이상인 77개 중국 기업 가운데 45%에 돈을 대고 있다. 양사가 합쳐서 거의 600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금을 중국 기술 산업 발전에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이라면 투자를 늘 반길 것 같지만, 과하면 독이 된다. 장강경영대학원의 쉬청강 경제학 교수는 “투자자들은 이들 대기업의 투자는 자동으로 그 투자의 질을 의심해봐야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고 지적했다. 또 “이렇게 많은 돈을 투자하면 그들이 투자에 얼마나 신중한지를 알 수 없게끔 한다”고도 강조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중국의 두 번째로 큰 검색엔진 소우거우가 IPO를 했을 때 텐센트와의 관계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텐센트는 소우거우 이사회 투표권의 52%를 행사하고 있다. 위챗 등 텐센트의 여타 플랫폼이 소우거우 트래픽의 36%를 차지하는 만큼, 소우거우는 텐센트가 다른 공급자를 선택하거나 자체 검색엔진을 만들 때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경고하기도 했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인터넷 애널리스트 베이-세린 링은 “이 모든 것은 점점 불어나는 중국 기술 공룡들의 권한을 증명한다”며 “앞으로 이 힘을 피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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