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글로벌 경제] 더위 먹은 세계경제… “2030년엔 폭염으로 2235조 증발”

입력 2018-08-14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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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생산성 낮아지고 원전 가동 중단되는 등 선진국 경제 타격

기후변화로 인한 기록적인 폭염이 전 세계 경제를 파괴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도 더위로 인한 비용 증가에 경제적 손실을 보고 있다. 극심한 더위가 일상화되면 이러한 ‘폭염 비용’을 매년 치르게 될지도 모른다. 유엔은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으로 2030년에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연간 2조 달러(약 2235조 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온이 오르면 노동자의 생산성이 낮아진다. 더위는 실외에서 일하는 근로자에게 치명적이다. 미국 온라인매체 복스에 따르면 미국 경제의 막대한 부분을 1500만 명에 달하는 실외 노동자가 담당한다. 운송 및 물류 분야에서 약 500만 명, 농장에서 130만 명, 건설업에서 700만 명, 광업 분야에서 60만 명 이상이 일하고 있다.

미국 UCLA대학은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노동생산성은 2% 떨어진다고 밝혔다. 컨설팅기업 로듐그룹은 2014년 연구에서 노동생산성 하락이 미국의 기후변화로 인한 최대 경제 손실이라고 언급했다. 실내 근무자들도 고온에 취약하다. 런던정치경제대학은 기온이 적당한 범위를 벗어나면 사무직 근로자도 실수가 잦아지고 행동이 느려진다면서 연간 19억~23억 유로(약 2조9819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록적인 더위에 열 스트레스로 인한 사망자도 증가한다. 알렉스 배런 스미스칼리지 환경정책 교수는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온열 질환으로 인한 사망과 질병 등 인간의 피해”라고 말했다.

프랑스와 스웨덴에서는 더위로 인해 원자력발전소가 가동 위기를 맞았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론강과 라인강 물을 냉각수로 이용하는 프랑스 전력회사 EDF의 원전은 수온 상승으로 원자로 냉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웨덴 바텐팔은 링할 원전의 냉각수로 쓰는 바닷물 온도가 기준치인 25도에 근접하면서 가동을 일부 중단했다. 그러나 더위로 전력 수요는 증가한다.

사람뿐만 아니라 식물도 고통을 겪는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가뭄과 폭염은 1964년에서 2007년 사이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의 약 10분의 1을 파괴했다. 올해 독일 농민들은 연간 수확량의 30%가 손실될 지경이어서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에 보상을 촉구했다. 배런 교수는 “농작물뿐만 아니라 수확하는 사람들도 고통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온 건조한 날씨에 대형 화재도 증가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그리스 등 세계 곳곳에서 초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그리스에서 최소 91명이 사망했으며 스웨덴에서는 약 2만 ㏊(헥타르)가 불탔다.

지나치게 더운 날씨에 관광업과 소매업도 손해다. 캐나다 항공기 제조사 봄바디어는 기온이 50도 이상일 경우 비행기 착륙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사람들이 여름에 바비큐 파티와 관광을 준비하면서 소비를 늘리지만 너무 더운 날씨에는 야외 활동을 꺼리는 탓에 여름철 추가 지출이 발생하지 않게 된다고 분석했다.

극심한 더위로 인한 폭염 비용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엘레나 마나엔코바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차장은 “올해는 많은 국가에서 새로운 기록이 생기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면서 “이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혹서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로 인해 예상된 것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미래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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