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發 패닉’에 신흥국 통화 동반 추락…글로벌 증시도 요동

입력 2018-08-14 08:53수정 2018-08-1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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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 사상 최저에 기준금리 45%로 인상…뉴욕증시, 4거래일째 하락

▲13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의 한 환전소에서 사람들이 환전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이날 미국 달러화 대비 터키 리라화 가치는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스탄불/EPA연합뉴스
터키 리라화 추락의 충격이 쓰나미처럼 세계 경제를 덮쳤다. 리라화 가치가 대폭 하락하자 다른 신흥국의 통화도 심각한 약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글로벌 증시도 타격을 입었다.

13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기준금리를 종전보다 5%포인트 인상한 45%로 결정했다. 터키 리라화의 폭락으로 인한 외환시장의 불안이 페소화로 번지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중앙은행은 성명에서 “해외 정세와 물가 상승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적어도 10월까지 금리를 내리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7월 들어 달러당 페소는 27페소대로 안정을 보였으나 터키 리라화 위기로 인해 최근 가치가 하락했다. 이날 달러·페소 환율은 장중 30페소로 사상 최고치(페소화 가치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터키 리라화 가치는 달러당 7.2리라 전후까지 떨어지면서 사상 최저치를 새로 썼다.

이날 통화 하락세는 신흥국 전반에서 나타났다. 인도 루피화 가치는 달러당 69.6685루피로 장중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가치는 달러당 15랜드로 2년 2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터키 리라화와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 하락폭은 40% 안팎에 달한다. 러시아 루블화와 브라질 헤알화도 10% 넘게 하락했다.

신흥국들은 통화 약세로 여러 문제에 노출된다. 수입물가가 오르고 외화 상환 부담이 커진다. 외환보유액보다 외채가 많으면 상환에 차질을 빚게 된다. 터키의 대외 채무는 4500억 달러(약 510조3000억 원)로 외환보유액의 약 4배이다. 인도네시아는 약 3500억 달러, 아르헨티나 2300억 달러에 달해 각각 외환보유액을 웃돌고 있다. 터키는 향후 1년 동안 외화 채무 상환과 경상 수지 적자의 보충을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2200억~2300억 달러의 자금이 필요하다.

부채 팽창은 신흥국 대부분이 안고 있는 ‘폭탄’이다. 저금리 국면이 오래가면서 달러 표시 채무는 지난해 약 3조7000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10년 전의 약 2.4배에 이른다. 통화 가치가 하락해 상환이 어려워졌으나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강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이 유출되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불안이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으며 터키 정부의 미국인 목사 구속 등으로 제재와 관세 인상 등 보복 조치를 표명했다. 터키 측은 미국과 대립을 심화하면서 적절한 대책도 취하지 않고 있다.

전 세계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이날 글로벌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5.44포인트(0.50%) 하락한 2만5187.70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11.35포인트(0.40%) 내린 2821.93을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는 19.40(0.25%) 하락한 7819.71에 마감했다. 범유럽 지수인 Stoxx600은 0.95포인트(0.25%) 내린 384.91을 기록했다.

제니퍼 엘리슨 BOS 대표는 “투자자들은 터키와 같은 이슈에 대해 조심스러울 것”이라면서 “단기적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자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세 루이스 다자 QSR캐피털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터키의 문제는 너무 크기 때문에 단기 극복을 위해서는 특별한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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