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에 유독 약한 한국증시…왜?

입력 2018-08-1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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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시장이 외국계 증권사의 리포트로 휘청거리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외국인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 특수성과 함께 ‘매도’ 의견에 인색한 증권사들의 눈치보기 실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전날 골드만삭스가 발표한 보고서 여파로 13일 셀트리온, 한미약품, 유한양행의 주가가 동반 급락했다. 셀트리온은 전 거래일 대비 4.23% 급락한 26만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한미약품과 유한양행 역시 전 거래일 대비 각각 7.44%, 2.39%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보고서에서 직접 언급하지 않은 셀트리온 제약(-4.92%), 셀트리온헬스케어(-4.37%)까지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코스피 제약 업종은 4.71% 하락했다. 이날 화학(-1.40%), 전기전자(-0.76%), 건설업(-2.77%), 유통업(-2.15%) 등에 비해 낙폭이 컸다. 코스닥 의약품 업종도 3.91% 하락했다. 제조(-3.62%), , 운송(-2.90%), 음식료·담배(-2.24%) 등과 비교하면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골드만삭스는 전날 셀트리온 보고서에서 유럽에서 바이오시밀러에 성공했지만 미국에서의 시장 점유율 확대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며, 투자의견 ‘매도’에 1년 목표주가를 14만7000원으로 제시했다.

한미약품은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이 과대평가됐다며 투자의견 ‘매도’를 제시했다. 유한양행에 대해서는 원료의약품(API) 수출과 미국과의 합작법인(JV) 실적 전망치가 올해와 내년 각각 18%, 16% 컨센서스를 밑돌 것이라고 전망하며 투자의견 ‘중립’을 제시했다.

앞서 6일에는 외국계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SK하이닉스에 대해 ‘가장 인기 없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해 SK하이닉스 주가는 3월5일 이후 5개월여 만에 7만 원 선으로 추락했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4분기 이후 D램 시장 성장세가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Overweight)’에서 ‘비중축소(Underweight)’로 낮추고 목표주가도 7만1000원으로 내려 잡았다.

지난해 11월에는 모건스탠리가 삼성전자에 대해 실적이 둔화될 것이라며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5% 이상 하락하며 270만 원 아래로 밀린 바 있다.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에 증시가 휘청이는 이유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영향력 때문이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보유비중은 30%를 넘을 정도로 꽤 높다”며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직접 글로벌 시장에 투자를 하고 있는 주요 외국계에서 나온 한국기업 분석에 신뢰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현재 국내 기업들의 성장세 둔화와 증시 상황이 좋지 않은 점이 꼽힌다. 최 센터장은 “기업들의 전반적인 이익 예상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이익의 성장세가 올해는 지속되기 어렵다는게 판가름 난 상태에서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현재 투자 심리 자체가 좋은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악재가 있으면 크게 반응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증권사에 대한 낮은 신뢰도가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증권사 보고서에는 중립이나 매수가 주를 이루고 있다. 매도를 제시한 보고서는 찾기 힘든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증권사 연구원은 “여전히 국내에서는 기업에 대한 안 좋은 분석을 내놓으면 여러 정보에서 배제되는 현상이 직간접적으로 있어, 중립적이거나 완곡한 표현을 사용한다”며 “그러다 보니 국내 증권사들이 내놓는 보고서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져 외국계의 의견이 더 주목받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중 매매동향은 잠정치이므로 실제 매매동향과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일어나는 모든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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