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미·중 무역전쟁의 새 전쟁터로 부상

입력 2018-08-1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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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합의 유지한다는 EU도 맥 못추는데, 중국 오히려 이란산 원유 수입 늘려...미국 제재 받는 국가들과의 통상 협력으로 자국 이미지와 이익 강화

▲한 남성이 이란의 수도 테헤란 거리의 반미 그림이 그려져 있는 벽 앞을 지나가고 있다. 테헤란/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이란에서 맞붙을 모양새다. 미국이 이란의 앞을 막고 서자 중국이 뒷문을 터주는 식으로, 터를 옮겨가며 무역전쟁을 심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올 초 이란핵합의(JCPOA)를 탈퇴하면서 이란에 대한 제재 완화조치 폐기를 공식화했다. 전방위적 제재를 재개하며 11월까지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는 한편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발동해 다른 국가들의 동참을 압박하고 있다. “이란과 거래하는 자는 그 누구든 미국과 사업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으름장도 놨다.

그러자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이 반기를 들었다. 중국은 8일(현지시간) “중국과 이란의 상업적 협력은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하며, 합법적이다. 어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도 위배하지 않고 있다”면서 “중국의 합법적인 권한은 보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이 국제사회에 무차별적으로 행하는 모든 ‘일방적 제재와 확대 관할법’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이와 관련 최근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이란을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 지렛대로 삼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이란 원유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 수입국이다. 중국이 미국을 따라 원유 수입을 중단하면 이란 경제는 지금보다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미국이 자동차 산업, 금 거래, 달러에 대한 접근 등을 제재하기 시작하면서 이란 경제는 이미 심각한 자본 고갈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 몇 개월간 이란 리얄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에 대해 60%나 급락했다.

중국은 이란에 구원자일 수밖에 없다. 유럽연합(EU)도 미국의 이란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거래를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유럽 기업들은 미국과의 거래가 끊길지 모른다는 공포에 사실상 이란에서 후퇴하고 있는 상태다. 이란 사우스파스 가스전에 20억 달러(약 2조25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던 프랑스 석유 대기업 토탈도 발을 빼고 있다. 그러자 중국 국영에너지기업(CNPC)가 토탈의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심지어 1~5월 사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오히려 늘려 전년 동기 대비 수입액은 8.2% 늘었다. 이란과의 전체 교역 규모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늘렸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존중하는 동시에 미국 제재를 튕겨내면서 통상 협력을 통해 자국 이미지와 이익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브루킹스연구소 산하 존 L 손튼 차이나센터의 데이비드 달러 수석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중국은 과거에도 미국의 일방적 제재를 회피하고 협력을 통한 자국 사업 이익을 선택해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은 이란뿐 아니라 베네수엘라, 짐바브웨 등 미국의 제재에 직면했거나 관계가 틀어진 국가들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 미국 최대 원유 수입국이던 베네수엘라는 1999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집권 후 미국과 급격히 사이가 틀어졌다. 중국은 2000년대 중반부터 600억 달러가 넘는 차관을 제공하고 원유 자원을 확보했다. 짐바브웨도 백인농장 몰수 등으로 1990년대 말부터 미국의 제재를 받자 중국은 돈을 싸 들고 들어갔다. 2015년 짐바브웨는 위안화를 법정통화로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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