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막혀… 금융권 빅데이터 활용 ‘제자리걸음’

입력 2018-07-20 10:55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금융위 3분기 내 신용정보법 개정 추진… 업계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 전면 개정해야”

은행·카드사들이 정부의 ‘금융권 빅데이터 활성화’ 정책에 맞춰 빅데이터 센터를 구축했지만, 속된 말로 ‘개(개인정보보호법).망(정보통신망법).신(신용정보법)’ 법으로 불리는 각종 규제에 막혀 탄력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금융 혁신을 이뤄내겠다는 정부의 취지와 달리 금융권의 빅데이터 사업이 단순 마케팅 수단으로만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과 8개 전업카드사(7개 전업사+BC카드)는 모두 빅데이터 센터, 빅데이터 플랫폼 등 관련 조직을 구축하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17일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오픈했고, 우리카드도 지난달 조직개편을 통해 빅데이터 팀을 신설하는 등 ‘디지털 뱅크’ 강화 움직임과 함께 은행·카드사는 빅데이터 관련 조직을 정비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규제 완화 속도가 느리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권 간 빅데이터 교류가 안 되는 상황에서 은행·카드사는 각 회사별로 모으고 있는 데이터들을 활용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금융권 데이터는 활용가치가 높아 내부 상품 개발, 업무 처리 전산화 뿐만 아니라 카드사의 경우 통신사의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등 다양한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카드사 대부분은 고객관계관리(CRM) 부서 안에 빅데이터 팀 식으로 소규모로 운영 중이거나, 별다른 팀도 없이 인력을 운영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빅데이터 관련 규제가 언제 풀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나서기 어렵다“며 ”규제가 풀릴 줄 알고 투자하다가 낭패 본 사례도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규제가 완화되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빅데이터 사업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있는 ‘비식별처리가이드’도 실무자들은 무용지물이라고 토로한다. 은행권 디지털전략부 관계자는 “현재 있는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더라도 시민단체에서 고발한 사건이 있어 빅데이터를 대 고객 차원을 넘어 활용하기는 겁이 난다”며 “ 실무적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좀 더 구체화해 법령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2015년부터 빅데이터 활성화를 논의해왔지만 ‘가이드라인’ 수준에서 ‘법제화 차원’ 논의 정도로만 진전됐을 뿐 실상 바뀐 건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는 3분기 내 신용정보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나머지 법안이 개정되지 않으면 반쪽 신세가 될 공산이 크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디지털금융연구센터장은 “(빅데이터 활용과 관련된) 세 가지 법 중 하나만 고치고 다른 법들이 그대로 남아있으면 절름발이 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법들 사이의 정합성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보면 전면 개정을 해야지, 일부 법만 바꾸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