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 “자영업자들 다 망한 뒤 '소득주도 성장' 의미 있나”

입력 2018-07-1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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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 고려 안 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 하나 마나…‘근로자·자본가’ 이분법 아닌 소상공인 고려한 근본적 수술 필요…오늘 모라토리엄 방안 논의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이 서울 동작구 소상공인연합회 사무실에서 “총회를 열어 동맹휴업 등 단체행동을 불사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오승현 기자 story@
“문재인 대통령이 내건 소득주도 성장, 말은 좋고 의도도 이해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이 그렇게 효과가 좋을 것 같으면 최저임금 1만 원이 아니라 2만 원, 3만 원으로 하면 되지 않는가?”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반문했다.

2019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결정된 이틀 후인 16일 서울 동작구 소상공인연합회 사무실에서 최 회장을 만났다. 아침 7시부터 줄을 잇는 기자들의 전화로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는 어떤 질문에도 단답형으로 답하는 법이 없었다. 짧은 질문에도 자신의 말을 곡해 없이 전달하고자 부연에 부연을 거듭했다.

최 회장은 문 대통령과 언론들이 ‘최저임금 속도 조절’이라는 평가를 하는 데 대해 불만을 표했다. 그는 “아무런 의미 없이 숫자상 속도 조절을 말하는 것뿐”이라며 “취약 계층 근로자들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영업자들이 다 망하고, 극빈자로 전락한 뒤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최 회장은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나설 것을 요구했다. 그는 “지금처럼 정부가 넋 놓고 있는 것은 자영업자들한테 폐업하라는 뜻”이라며 “대통령이 의지를 보여주면 어려운 가운데서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자영업자들이 몹시 어려운데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베이비붐 세대인 ‘58년 개띠’가 올해로 만 60세가 돼 이들 중 자영업에 뛰어드는 비율이 높아지고, 그렇게 되면 최저임금 문제는 계속 더 중요해진다”며 “국민을 근로자와 자본가로만 나눌 수 없다. 소상공인을 위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회는 줄곧 최저임금위원회 구성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사용자 측 위원 중 최소 4명은 연합회가 직접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9명으로 구성된 사용자 측 위원은 소상공인연합회 2명, 경총 2명, 중기중앙회 2명, 가구업계 1명, 여성 경제인 1명, 택시운송조합 1명 등이다. 그나마 원래 연합회는 공식 추천권이 없으며 이번에 들어간 연합회 측 2명은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명씩 양보한 결과다.

연합회가 밝혀온 최저임금 모라토리엄과 관련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물음에 최 회장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최저임금은 법적 구속력이 있어 지키지 않으면 처벌 대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모라토리엄은 ‘생존을 위한 저항권인 셈”이라며 그만큼 절박한 심정임을 강조했다.

앞서 연합회는 5인 미만 소상공인 사업장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이 부결된 것과 관련해 이번 주 내로 고용노동부에 이의신청을 정식으로 제기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5인 미만 차등 적용이 묵살된 데 대한 이의신청”이라며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진 전례가 없는 점은 안다”고 말했다. 이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지만 절차상의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소상공인들은 빚을 내서라도 무엇인가 해보려고 도전하는 사람들”이라며 “정부가 이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삶의 질을 거론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의 당위성을 말하는데 근로자만 국민이고 자영업자는 국민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면서 “근로자 월급만 올린다고 될 일이 아니다. 지금 현실에서 자영업자들은 이름만 자본가일 뿐이다”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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