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조명현 기업지배구조원장 “대한항공-포스코는 별개 사안...국민연금 이성적 판단 가능”

입력 2018-07-1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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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사회주의 논란, 초반 잡음일 뿐…본질에 집중해야”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 원장은 5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연금사회주의 논란보다 스튜어드십 코드 본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제공=한국기업지배구조원)
국민 노후자금 630조 원을 굴리는 국민연금공단의 참여로 꽃을 피우는 듯했던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가 ‘연금사회주의 논란’에 부딪혔다. 기금운용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아 자본시장이 정부나 정치권의 입맛대로 흘러갈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다. 여기에 1년간 공석이었던 기금운용본부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선임 문제와 관련해 관치 논란이 더해지면서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조명현(54)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원장은 최근 연금사회주의 논란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단계에서 일어나는 초반 잡음에 불과할 뿐이라며 본질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정치적으로 악용된다면 그럴 수 있겠지만, 전 국민연금 이사장이 자의적으로 한 전철이 있는데, 경각심을 갖고 행동하지 않겠느냐”며 “그런 우려는 할 수 있지만, 정상적인 사고 범위에서 가능성이 적다”고 선을 그었다.

기관투자자 선관주의 의무 행동지침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의 선관(善管)주의 의무를 강조한 행동지침이다. 집사(스튜어드)처럼 기관투자자가 고객(국민) 재산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의 관할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이르면 7월 말 국민연금 최고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안건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국민연금이 코드를 도입할 경우 위탁 운용사를 비롯해 국내 상장사들도 큰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6월 말 기준 국민연금이 주요 주주로 있는 국내 상장사만 98곳이다. 지분율 5% 이상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299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사안의 복잡성을 고려해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을 위한 사전 공청회도 17일 개최하기로 했다.

포스코, 별 문제 없었는데 정치권이…

논란의 기폭제가 된 정치권의 포스코 인사 개입 요구에 대해선 ‘정치적 이슈’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일부 국회의원은 6월 국민연금에 포스코의 의사결정에 적극 개입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포스코의 CEO 선임 과정이 공개되지 않은 ‘깜깜이 인사’인 만큼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논지다. 국민연금이 한진그룹 오너리스크에 직면한 대한항공에 적극적인 문제해결을 촉구한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조 원장은 대한항공과 포스코는 완전히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자의 경우 정당한 의결권 행사였다는 주장이다. 그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 여부와 별개로 대한항공 주요 주주로서 (국민연금의) 개입은 당연한 행동이었다”라며 “반대로 포스코의 경우 경영상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도 전문경영인(CEO) 선임에 참견하거나 이사회 멤버나 경영자를 갈아치우는 행동은 일반적인 해외 연기금들도 잘 하지 않는 비상식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독립성 원칙이 바로 세워지지 않는다면, 국민연금은 민간 자산운용사들에 의결권을 위탁하고 감시인 역할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현재 국민연금의 기금 위탁 방식은 크게 위임과 신탁으로 나뉜다. 현행법상 전자는 운용 책임과 의결권이 국민연금에 있고, 후자는 자산운용사에 있다. 그동안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은 위임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조 원장은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자산운용사들에 신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독립성과 전문성 원칙 세우기에도 이 방향이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국민연금이 대부분의 의결권을 보유하는 구조에서 이를 운용사들에 위탁할 경우 연금사회주의 논란도 자연스레 불식될 것이란 주장이다. 대신 국민연금은 위탁 운용사의 스튜어드십 코드 준수 여부에 대한 엄격한 감시·감독을 통해 양질의 시장 구축에 앞장서야 한다는 진단이다.

국내에선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의 자금을 운용하는 KIC는 의결권을 민간 운용사들에 위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조 원장은 “이보다 더 나은 투자 환경이 조성되려면 CIO들의 임기가 대부분 2~3년에 그치는데, CIO 등 책임자들의 임기를 늘려야 한다”며 “액티브 오너십을 행사하는 데 정치권의 영향을 받게 되면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패시브 펀드들 이미 도입 마쳐

당장 재계에서 스튜어드십 코드와 관련해 불편한 기색이지만, 전 세계적 추세인 만큼 이를 보다 능동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조 원장은 “일본의 연기금인 정부연금투자기금(GPIF)은 주식운용뿐만 아니라 전체 기금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채권운용에 있어서도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며 “이는 세계적으로 가장 진보적인 수준으로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GPIF는 위탁 운용사에 대한 접근에서도 연간 평가 대신 5년, 10년 단위의 장기적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며 “자산 소유자가 그런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하면 운용사들도 길게 보고 투자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 자산운용사로 눈을 돌려봐도 추세는 비슷하다. 수천조 원대 운용자산을 보유한 블랙록자산운용, 뱅가드자산운용 등 해외 대형 패시브 펀드들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마친 상태다. 이들이 운용하는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일례로 전 세계를 통틀어 7047조 원가량을 굴리는 블랙록은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펀드매니저 직군뿐만 아니라 일반 경영지원부서까지 일제히 수탁자책임 교육을 실시하도록 체계화돼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인해 경영권 방어가 힘들어질 것이란 재계의 우려에 대해선 2가지 답안을 제시했다. 꾸준한 기업가치 증대와 주주와의 대화(IR) 노력이다. 조명현 원장은 “기업들은 ‘코드 도입’이라는 새 변화에 마주해야 하는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뿐”이라며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체적인 경쟁력을 키우고 기관투자자들과 대화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차, 주주와 미리 대화 나눴다면…

대표적인 사례는 6월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세에 시달렸던 현대차그룹이다. 조 원장은 “올해 국제기업지배구조네트워크(ICGN) 행사에서 만난 해외 투자자들은 현대차그룹이 평소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눴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명했다”고 했다. 장기투자를 통한 기업가치 증대를 지향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정신을 받아들인 기관투자자들을 우호적인 아군으로 만들라는 시그널이다. 단기 투자차익을 추구하는 엘리엇은 되레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하지 않는다 .

그런 측면에서 최근 국내 상장사들의 해외 IR가 부쩍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란 반응이다. “코드 도입 후 3~4년 내 한국 기업 문화가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확신한다.” 자신감의 근원에는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기업문화 선진화의 영향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은

1964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 미국 코넬대에서 전문경영학 석사(MBA)를 밟았고, 1994년 박사 과정을 밟았다. 그 사이 1989년 프랑스 그랑제꼴 ESSEC(Ecole Superieure des Sciences Economics et Commerciales)에서도 학위를 받았다. 박사 과정을 마친 후, 미국 밴더빌트 대학교 오웬 경영대학원 조교수로 부임했다. 이후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조교수를 시작으로 현재 정교수로 재직 중이다. 밴더빌트 대학교 초빙교수로도 활동했다. 이 외에도 한국통신 민영화추진위원회, 한국국제경제학회, 산업자원부, 재정경제부, 대통령실 국민경제자문회의, 한국전략경영학회,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장 평가단, 한국경영학회, 한국경영교육학회,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총리실 금융감독혁신TF,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예금보호공사, 한국거래소, 국회 등 다양한 곳에서 자문위원과 평가위원 등으로 활약했다. 2016년부터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 및 발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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