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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어려울 때마다 짐 떠안는 삼성
입력 2018-07-13 09:19   수정 2018-07-13 10:11
대기업정책, 이제는 쿨하게 가자

=언제까지 기업 때리고 돈 뜯나..대기업 정책서 정치적 판단 분리해야

=아무것도 안하고 자율에 맡기는 게 때로는 진짜 용기있는 정책

2010년 5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23조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발표한다. 이어 반도체 등을 포함해 다시 26조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더한다. 이 두가지 발표만으로도 그해 삼성의 투자 규모는 약 50조원에 다다른다.

이는 이건희 회장이 특검 사태로 고초를 겪고 경영에 복귀한 뒤 내놓은 투자 계획이다. 그런데 8년이 지난 지금 삼성에선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달 9일 인도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일자리 창출과 국내 투자 확대를 당부했다고 한다. 삼성이 최대 100조원대의 투자계획을 발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 건 이 만남 직후다. 그러면 도대체 8년 전과 지금이 다른 점은 무엇인가. 기업을 때리고 돈 뜯어내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투데이가 추산한 역대 정권별 삼성의 투자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는 천문학적 액수다. 노무현 정권 때만 발표한 투자 규모는 무려 200조원에 이른다.

삼성이 재계 1위 기업이니 경제가 어려울 때 도와달라는 것은 이해는 되지만 이런 뻔한 대기업정책은 변할 때가 됐다. 정권이 바뀌면 새 정권은 전 정권에 잘 보였던 기업 리스트를 만든다. 검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소위 권력기관을 동원해 잘못을 들춰낸다. 그래도 기업이 버텨내면 별 희안한 건수로 엮어 징벌적 제재를 가하는 구태의연한 일도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 기업이 기업활동을 하면서 위법행위를 했다면 사법부가 처리하면 될 일이다. 최근 문 정부가 추진 중인 사법개혁과도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대기업정책에 자꾸 정치적 판단이 개입되니까 정책이 지저분해지는 것이다. 정책과 정치는 분리돼야 한다. 정치는 정치고 기업은 기업이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이렇게 쿨해질 수 없을까. 기업을 자꾸 정치적 시각에서 맘대로 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니까 괘씸한 기업이 생겨나고 기업은 청와대만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기업이 기업답게 활동하기 위해 놔두는 것.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때로 대기업 정책은 정부가 아무것도 안할 때가 진짜 효과적일 때가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가 12일 발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제재 건도 무리한 표적 수사로 인해 기업이 피해를 본 대표적인 경우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2015년 회계기준을 고의로 변경해 분식 회계를 했다는 금융감독원에 주장에 대해 ‘보류’ 판정을 내렸다. 이것은 지금까지의 증거로는 혐의가 없음을 인정한 것으로, 결백하다는 삼성바이오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럼에도 삼성바이오는 공시 위반이라는 본질과는 거리가 먼 다른 이유로 임원이 해임되고 회사는 검찰에 고발되는 최고 수준의 중징계를 받고 말았다.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때부터 시민단체 출신의 금융감독원장이 `삼성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기업은 어렵다. 미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이 미중 무역전쟁으로 확산하면서 한국기업은 중간에 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노조는 연일 파업을 강행한다. 공정위가 추진 중인 지배구조 개편도 기업에는 풀기 어려운 난제 중의 난제다. 매일 회의를 해도 답이 안 나온다. 규제는 그대로 두고 바꾸기만 하라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정부는 기업에 고용과 투자 확대를 요구하기 전에 기업이 정작 무엇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지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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