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는 눈, 보호주의에는 보호주의?…“미국 물귀신 작전에 휘말려서는 안 돼”

입력 2018-07-1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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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제소 등 법적·다자간 대화로 접근해야…무역전쟁은 미국의 자승자박

▲전 세계 다양한 화폐를 모아 놓은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보호는 커다란 번영을 가져올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말을 열심히 지키고 있다. 중국의 340억 달러(약 38조 원) 규모 수출품에 25% 관세를 매긴지 얼마 안 돼 10일(현지시간) 2000억 달러어치 제품에 10% 관세를 추가로 부과했다.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멕시코 등 상대국을 가리지 않고 고율 관세를 퍼붓자 이들 국가는 맞서 보복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총을 꺼내자 곧바로 비슷한 규모의 수입품에 관세를 매겼고, EU도 총 28억 유로(약 3조7000억 원)어치 미국 주요 수출품에 보복 관세를 매겼다. 고율 관세에 고율 관세로, 보호무역주의에는 보호무역주의로 맞붙은 형국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보복이 미국의 물귀신 작전에 휘말리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미국의 공격에서 이들 국가가 얻을 수 있는 반사이익을 놓치게 된다는 것이다.

대니 로드릭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국제정치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프로젝트신디케이트(PS)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 보호주의를 다른 나라들이 잘 활용하면 오히려 무역 전쟁에 빨려 들어가지 않고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들이 서로 보복 강도를 높이고 관세장벽을 높게 쌓을수록 자해하는 꼴”이라며 “보호주의로 얻을 수 있는 반사이익을 못 보고 오히려 잃기만 한다”고 강조하면서 미국이 주장하는 ‘무역 불공정’에 표면적 타당성만 더해줄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전 세계가 무역 전쟁을 함으로써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여기에는 트럼프의 어리석음뿐만 아니라 중국과 EU 등 국가들의 오판과 과잉대응도 한몫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럽 싱크탱크 프렌즈오브유럽의 가일스 메릿 설립자도 “EU의 관세 보복은 시간 낭비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연임만 돕는 꼴”이라며 “이는 상호 신뢰를 양쪽에서 파괴하면서 비참한 경제적 결과를 초래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스스로도 무역 전쟁으로 피해를 보고 있으므로 유럽이 보복하지 않았다면,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해 무역 전쟁이 얼마간 해소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발 무역 전쟁의 공격과 보복에 소비될 것으로 예측되는 무역 가치가 세계 총 무역 규모의 6%인 1조 달러에 달하고 미·중 간 갈등비용만 6000억 달러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즉각적인 보복보다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법적으로 해결하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중국과 EU 등은 미국이 촉발한 전쟁에 끌려들어 가지 않고 오히려 침착하게 자신들에게 가장 적합한 체제를 유지하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WTO를 통해 유지해온 다자간 경제협력 체제가 진짜로 붕괴하는 순간 갈등 해결 방안을 놓치고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때문이다.

로드릭 교수는 미국의 무역량이 줄면 미국 산업의 경쟁력 자체도 떨어지는 등 결과적으로 자승자박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 상공회의소는 무역 갈등으로 미국 내 60만 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미국이 부과한 자동차 관세는 자국 소비자들에게 연간 450억 달러의 부담을 지울 것으로 분석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올 초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우리 각자를 고립시키는 보호주의는 답이 아니며, 문제를 느낀다면 다자간 대화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1930년대 전 세계가 취했던 보호주의와 지금의 보호주의는 결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신문은 “국가 간 의존도가 높지 않았던 과거에는 높은 실업률을 해결하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관세장벽을 세워도 폐해가 지금보다는 적었지만, 현재는 다국적 기업이 다국적 근로자들과 함께 세계 각국으로 수출하고 수입한다”며 국가들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 행동을 되돌아볼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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