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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의 원견명찰(遠見明察)] 국가 간 불평등과 경제적 난민
입력 2018-07-11 10:38

제주도에 머무는 예멘인들의 난민 허용 여부를 두고 여러 논란이 일고 있다. 예멘은 무려 1800km에 달하는 국경 장벽을 사이에 두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마주하고 있는 나라이다. 이 장벽은 세계에서 가장 긴 펜스만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밀입국과 밀수를 막기 위해 각종 센서가 설치돼 있고 수시로 군인들이 순찰을 하는 곳이다. 예멘은 인구 2900만 명, 1인당 국민소득 1270달러 수준의 살기 어려운 나라로 해외의 다른 나라로 나가기 위해 떠도는 난민 수가 28만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중 500여 명이 제주도에 들어와 난민 신청을 해 우리 사회의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용적인 시각이 대세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멀리 떨어진 남의 문제가 아니라 막상 제주도에서 우리의 문제가 되자 이를 보는 시각이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하다. 예멘이 이슬람 국가라는 정서적 거부감과 더불어 난민으로 인한 우리 국민의 경제적 손실에 대한 저항감도 상당 부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난민(refugee)이라는 용어는 근대 유럽에서 종교전쟁으로 인한 대규모 난민 사태가 발생하면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1951년에 체결된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은 그들이 국경을 넘는 경우 받아줘야 하고 안전한 곳에서 살 수 있게 도와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법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난민을 따뜻한 가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당위적 명제는 점점 더 흔들리고 있다. 특히 최근 유럽의 정서는 난민을 관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착한 일일 수만은 없다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대부분의 난민이 자신의 경제적 이해를 극대화하기 위해 체제를 이탈하고 있는 것이므로 보다 엄격한 출입국 규정을 통해 이러한 행위를 사전에 최소화하는 것이 오히려 인간적인 대처라는 기류가 지지받고 있다.

전쟁과 종교적인 이유로 발생하는 난민의 문제와 달리 경제적 불평등의 결과로 생겨나는 문제는 국가 간 불평등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과제로 귀결된다. 국적 없는 자본이 더 큰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드는 세계화(globalization)의 시대에 국가 간 불평등은 점점 더 심화하고 있다. 유엔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이주자(자신이 거주하는 나라에서 출생하지 않은 사람) 규모는 2억3000만 명 정도로 세계 인구의 3%를 약간 웃돈다. 여기에 다른 나라로의 이주를 희망하는 잠재적 이주자 약 7억 명을 포함한다면 이들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가 인류의 미래를 결정하게 되는 상황에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국가 간 불평등의 산물인 경제적 난민 문제는 선의에 기대하는 호소만으로는 풀기가 쉽지 않다. 불가피한 현실로 받아들이고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적인 해결책의 모색이 필요하다. 불평등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의 경제학자 브랑코 밀라노비치는 그의 저서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Global Inequality : A New Approach for the Age of Globalization)’에서 지극히 현실적인 대안을 권고한다.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저소득 국가로부터 고소득 국가로의 노동력의 이주는 불가피한 현상이며 그것을 현명하게 받아들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이주자를 대상으로 자국민과 동등한 처우를 추구하는 것은, 명분은 그럴듯할지 모르나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운 일이다. 동등한 처우를 받을 수 있는, 소수의 자격 있는 외국인에게만 이주가 허용되면 이주가 어려워진 외국인들은 불법적인 이주를 감행하게 된다. 결국 불법 이주자에 대한 비공식적인 차별과, 이로 인한 불필요한 갈등만 남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주의 허용 폭은 넓히되 본국 근로자와 외국인 근로자의 처우에 비교적 가벼운 차별을 두도록 법적으로 규정하는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더불어 같이해야 한다는 정서적 호소를 뛰어넘는 이성적 해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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