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미·중 무역전쟁에 ‘쪼개지고 붙고’…무역 지형도, 지각 변동 중

입력 2018-07-0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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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동·동유럽에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일본·EU·호주 등 부랴부랴 자유무역 경제블록 구축 나서

▲중국의 유럽연합(EU) 내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 2000년부터 2016년까지. 노란색 0-1000. 귤색 1000-3000. 다홍색 3000-7000. 주황색 7000-13000. 빨간색 13000 이상. 단위 100만 유로. 출처 로디엄그룹
유라시아 대륙을 반으로 접으면 서유럽은 아시아 동쪽 끝에 닿고, 동유럽은 서아시아와 겹친다. 세계 무역 지도가 이렇게 접히면서 경제 블록이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중국, 동유럽과 중동 지역이 연계하고 있고 유럽연합(EU), 특히 서유럽은 일본과 호주 등 동아시아 국가들과 손잡고 있다. 세계 경제국 1위 미국과 다른 국가 간의 관계가 냉랭해지자 각국은 새로운 양지를 찾아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8일(현지시간) CNBC방송이 분석했다.

중국과 중·동유럽(CEE) 16개국은 7일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서 ‘16+1’ 정상회담을 하고 이들 국가 간 사업과 무역 관계를 확대해 나갈 뜻을 밝혔다. 이들 국가 간 무역은 지난 10년간 지속해서 성장해 지난해 680억 달러 규모에 달했다. 중국은 CEE 지역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사회간접자본(SOC)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더 많은 투자를 위해 이번 회담과 별도로 CEE 국가 700명의 경영인과 중국의 250개 기업체가 만나는 특별 경제포럼도 준비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중국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하는 외국 제품에 대해서는 시장 문을 활짝 열겠다”며 “수입 관세를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대통령은 “SOC 확충을 위해 자본이 필요한데 EU가 지원하지 않는다면 중국으로부터 받겠다”며 반겼다.

중국은 걸프 지역 국가들(GCC)과의 연대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GCC의 항구와 공항 등 인프라를 신 실크로드 프로젝트 ‘일대일로’ 추진에 활용하고, GCC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석유 수입국인 중국을 든든한 시장으로 둘 수 있다.

유라시아 한가운데서 일어나는 이러한 움직임에 동아시아와 서유럽은 서둘러 손을 맞잡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오는 11일 세계 경제 규모 3위인 일본은 EU와 자유무역협정 성격의 경제연계협정(EPA)에 서명한다. 2013년부터 논의한 이 협정이 체결·발효되면 EU가 체결한 가장 큰 규모의 협정이 발생하는 동시에, 세계 무역 규모의 30%를 차지하는 초대형 경제 블록이 탄생한다. 호주와 뉴질랜드도 현재 EU와 포괄적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시작했다.

중국도 EU에 무역동맹을 제안했다. 3일 브뤼셀에서 중국 고위 관리들은 EU 측에 더 많은 시장을 개방하겠다며 대미 무역 전선을 함께 구축하자고 러브콜을 보냈다. 그러나 EU 측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며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는 상태다. 특히 EU는 중국과 CEE 국가들의 관계에 대해서도 불만을 품고 있다. CEE 16개국 중 11개국이 EU 회원국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EU 국가들, 특히 독일 등 서유럽 국가들은 중국이 CEE 국가들을 회유해 EU 결속을 와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서유럽 국가와 갈등을 빚길 원하지 않는다고 본다. 미국과 무역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EU와도 좋은 무역 관계를 쌓고 또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프랑수아 고드망 EU 외교위원회 아시아 담당국장은 “중국은 EU 내 지역 문제를 침해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수위를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커창 총리는 “16+1 협력은 지정학적 전략이 아니다”면서 “이 협력이 EU 결속을 깰 수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협력을 통해 모든 국가를 발전시키고 유럽공동체에 더욱 잘 통합되도록 돕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또 최근 몇 년간 중국의 CEE 에 대한 투자 비중이 증가하긴 했으나 유럽 전체에 대한 투자의 10%에 불과하다. 중국은 여전히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이다.

중국과 EU는 16~17일 베이징에서 연례 정상회담을 하고 서로의 시장 접근성 확대를 논의할 계획이다. 지난달 25일에는 양측이 고위급 회의를 열고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 가입 협상에 속도를 내기로 합의했다. 미국이 글로벌 시장에 돌을 던지면서 전 세계 국가들은 누구와 새롭게 붙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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