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항공기 제조업체 ‘합종연횡’ 시대…보잉, 브라질 엠브라에르와 합작사 설립 합의

입력 2018-07-06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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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버스-봄바디어에 맞설 수 있는 전략적 발판 마련…브라질 10월 대선이 변수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의 항공기. AP연합뉴스
글로벌 항공기 제조업체들이 보잉과 에어버스 등 양대 산맥을 축으로 합종연횡 시대를 맞았다. 시장의 상위 4개 업체가 편을 가르고 경쟁하는 모양새다.

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보잉은 브라질 엠브라에르와 상업용 항공기 부문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합작사의 자본금은 47억5000만 달러(약 5조3152억 원)이며 보잉이 38억 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지분은 보잉이 80%, 엠브라에르가 20%를 보유한다. 이번 거래로 ‘항공기 거인’ 보잉은 소형 여객기 시장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엠브라에르는 군용 항공기 제조 등 나머지 사업을 그대로 유지한다.

앞서 보잉은 엠브라에르 인수를 추진했다. 그러나 브라질 정부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합작사 설립으로 전략을 바꾸었다. 엠브라에르는 남미 최대 방위기술 업체 중 하나이며 브라질 안보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보잉의 인수에 호의적이었던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이 10월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는 점은 정치적 불확실성을 키웠다.

보잉은 이번 거래로 에어버스와 캐나다 봄바디어에 맞설 수 있는 전략적 발판을 마련했다. 에어버스는 봄바디어의 일부 사업을 인수하면서 소형 항공기 시장에서 보잉에 우위를 차지했다. 봄바디어와 함께 항공기 제조업 3~4위 업체로 꼽히는 엠브라에르의 손을 잡은 보잉은 소형 항공기 분야에서 에어버스와 경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엠브라에르는 보잉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자사 항공기를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다. 보잉은 엠브라에르의 저비용 제조 능력에서 이점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파울로 실바 엠브라에르 최고경영자(CEO)는 “보잉과의 사업 결합으로 브라질 항공산업의 선순환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데니스 뮬렌버그 보잉 CEO는 “이 중요한 제휴 관계는 유기적인 성장에 투자하고 주주에게 가치를 환원하는 보잉의 장기적 전략과 일치하며 성장 계획을 향상하고 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잉와 엠브라에르의 거래가 마무리되기까지는 12~18개월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와 규제 당국, 브라질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문제는 브라질의 10월 선거이다. 약 50년 동안 정부 자금으로 개발한 상업용 항공기 부문이 분리될 것이라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관계자들은 양측이 방위 산업을 위한 합작 투자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보잉과 엠브라에르는 군용 수송기와 같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별도의 합작사를 만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보잉은 영국과 호주 등 다른 나라에서도 파트너십을 통해 민감한 방위산업을 성공적으로 관리했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형 항공기 제조사 보잉과 에어버스가 새로운 경쟁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발표된 에어버스와 봄바디어의 제휴, 보잉과 엠브라에르의 합작사 설립으로 서구 항공기 제조사들이 중국, 러시아 등의 신규 업체들에 대비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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