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공정거래-Law] 담합과 리니언시…침묵이냐 배신이냐

입력 2018-07-05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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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바른 공정거래팀 백광현(42·사법연수원 36기)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 바른)

공정위는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13개 건설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3516억 원을 부과하고 검찰고발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 중 A사는 과징금 177억 원 전액과 검찰고발을, B사는 225억 원 중 절반인 113억 원과 검찰고발을 각각 면제받았다.

A사와 B사 역시 다른 건설사와 함께 담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과징금 전액 내지 절반과 검찰고발을 각각 면제받은 것은 바로 리니언시(leniency) 때문이다. 리니언시란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로, 담합을 한 사업자가 자진신고를 하면 1순위에게는 과징금 전액과 검찰고발을, 2순위에게는 과징금 50%와 검찰고발을 각각 면제해 주는 제도이다.

리니언시는 협상게임 이론인 ‘죄수의 딜레마’에서 유래되었다. 담합에 참여한 모든 업체가 침묵하면 죄는 드러나지 않지만 선착순 감형의 혜택을 제공하면 침묵보다 배신의 이득이 커져 앞 다투어 자백할 것이라는 논리이다.

예를 들어 두 죄수가 모두 부인을 할 경우에 죄수들은 각각 1년형만 선고 받고, 한쪽이 자백하고 한쪽이 부인하게 될 경우에는 부인하는 쪽만 5년 형을 선고받고, 둘 모두가 자백하게 될 경우에는 각각 3년형을 선고 받는 게임이 있다고 할 때, 언뜻 보기에는 두 죄수 모두가 부인하는 것이 죄수에게 있어서는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되지만 각각의 죄수는 다른 죄수가 부인을 하든, 자백을 하든 모든 경우에 자신이 자백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게 되기 때문에 두 죄수는 모두 자수를 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공정위의 담합 적발 중 상당수가 리니언시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리니언시 제도의 처벌 면제 또는 감경 효과를 의식하여 담합 당사자가 담합을 자진신고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반면, 부정적인 측면도 제기되고 있다. 리니언시 제도를 악용하여 처벌을 면하고자 자신신고가 무분별하게 남발될 뿐만 아니라 자진신고 자체를 담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억제하고자 공정위는 자진신고자 감면제도 운영고시를 개정하여 자진신고한 업체의 임직원은 직접 심판정에 출석하도록 하고, 자진신고한 업체가 리니언시 혜택을 받은 사실을 누설할 경우 감면혜택을 박탈하도록 했다.

담합을 하지 않는다면야 최선이겠지만, 만약 담합을 하게 된 경우라면 결단이 필요하다. 침묵이냐 배신이냐. 그리고 그 선택이 배신이라면 '승자 한사람이 모든 것을 가진다(winner-take-all)'는 리니언시 제도의 특성상 빠른 자진신고가 필요하다.

다만, 유의할 점은 리니언시를 하더라도 담합으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제기하는 손해배상청구로부터는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또한 입찰담합의 경우에는 부정당업자 제재처분 역시 면제되지 않는다. 물론 이러한 제재로부터도 완벽히 면제되어야 진정한 리니언시로서의 효력을 발휘할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이러한 점을 리니언시 할 때 반드시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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