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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모빌리티] 차량공유 시장 커지는데… 규제에 갈 길 막힌 국내 스타트업
입력 2018-07-02 10:44
카풀앱 풀러스, 서비스 2년 만에 구조조정 수순… 美 우버·中 디디추싱 등 해외로 발 넓히며 대중적 서비스로 자리잡아…전문가들 “규제 빗장 풀고 기존 사업자들과 대화 통해 타협점 찾아야”

모빌리티 분야에 진출한 국내 스타트업들이 각종 규제에 발목을 잡혀 좀처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승차공유 스타트업 풀러스의 구조조정 사태도 규제가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 모빌리티 시장 규모는 2015년 4000억 원에서 2030년 22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에서는 기존 사업자들과 얽히고설킨 관계 탓에 규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규제의 벽에 가로막힌 스타트업 = 지난달 카풀앱 풀러스의 김태호 대표가 사임하고 직원의 70%를 구조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풀러스 측은 “각종 규제로 사업 실적이 악화됐으며 이로 인해 사업모델 재점검과 구조조정이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2016년 서비스를 시작한 풀러스는 택시보다 50%가량 저렴한 요금으로 승차공유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지난해 10월에는 22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도입한 ‘출퇴근 시간 선택제’가 규제 벽에 가로막혔다. 하루 24시간 중 원하는 시간을 출퇴근 시간으로 선택해 카풀을 제공하는 이 서비스를 서울시가 법률 위반이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나선 것이다. 출퇴근 시간 선택제는 현행법상 출퇴근 시간이 정확히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위법은 아니었다. 이 때문에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중재에 나서 개선안을 찾고자 했지만 이번에는 택시업계가 반발해 논의 자체가 진행되지 못했다.

이처럼 스타트업에 대한 규제 이슈는 2~3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모빌리티 분야뿐 아니라 핀테크, 블록체인, 의료, 헬스케어 등 전문분야 모두가 이에 해당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도 3월 ‘유니콘 기업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경우 사업 아이디어 실현을 막는 법·제도 환경,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장하기 어려운 환경, 대기업의 벤처 투자를 막는 정책 등이 벤처 성공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규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기존 사업자들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IT분야의 한 스타트업 대표는 “기존 사업자들이 시장 파이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 스타트업이 진입하려면 그들이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으로 진출해야 한다”며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고 상생하는 방안을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도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기본 입장만 있을 뿐 결정적인 조치는 없는 상황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4월 민관합동 규제해결 끝장캠프를 열고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은 뒤 개선사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도 스타트업과 기존 사업자들 간의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1960년대 만들어진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는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해선 안 되고 누구든지 알선해서는 안 된다’는 운수사업법이 그대로 적용되는 한 국내 승차공유 시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스타트업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사업을 운영하는 인프라는 나아졌지만 규제 측면에선 아직도 가로막혀 있는 부분이 많다”며 “규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사업 진출의 길을 막는다면 국내 4차 산업혁명이 그만큼 늦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해외도 모빌리티 규제… 그래도 성장하는 스타트업 = 해외에서는 모빌리티 스타트업이 대중적인 서비스로 자리잡고 성장하고 있다. 우버는 미국에서 시작해 캐나다, 멕시코, 프랑스, 중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현지에서 택시업체와 승객을 연결해주는 방식을 통해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 역시 국내에서처럼 운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도록 규제의 벽에 막혔었지만 우버가 일반 차량이 아닌 택시업체와 손잡고 돌파구를 찾아 차량 공유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이와지마섬 주민들은 우버 앱으로 택시를 호출할 수 있으며 이는 내년 3월까지 시범적으로 운영된다. 시범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경우 일본 전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도 해외 진출에 활발하다. 지난달에는 호주 멜버른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며 우버에 정면 도전장을 내밀었다. 서구권은 우버가 장악하고 있지만 디디추싱은 중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로 영향력을 강화하며 5억50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프랑스 업체 ‘블라블라카’역시 전 세계 22개국에 진출하며 45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차량 공유와 관련한 모빌리티 스타트업은 국내 기업보다 훨씬 더 앞서나가고 있다”며 “시장 경제에 뒤처지면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규제를 완화해 진입장벽을 낮추지 않으면 결국 국내 업체들은 다 말라죽고 해외 업체들에 시장을 내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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