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공정거래-Law] 전속고발제가 무엇이길래 폐지하나요

입력 2018-06-2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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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바른 공정거래팀 전승재(35·변호사시험 3회)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 바른)

현행 공정위 소관법률은 대개 과징금 부과와 형사처벌의 근거조항을 모두 두고 있다. 이 중 형사처벌에 대하여, 공정위의 고발이 없으면 검사가 기소하지 못한다는 제도가 바로 '전속고발제'이다. 그간 공정위는 위법성이 중대한 사건에 대해서만 고발을 해 왔다. 수사기관은 공정위 고발 없이 기소할 수 없는 범죄에 대해서는 대개 수사를 하지 않아 왔다.

그러다가 올해 2월 최종보고서를 낸 '공정거래 법집행체계 개선 TF'는 소관법률 가운데 이른바 '갑을(甲乙)관계' 관련 법률에서 전속고발제를 조만간 폐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편, 특정 거래상대방이 아닌 시장질서 자체를 보호하는 제도(시장지배적 지위남용, 기업결합, 담합 중 일부 유형 등)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경제분석이 요구된다는 등의 이유로 공정위가 여전히 고발권한을 가질 전망이다.

공정위 사건처리 통계를 보면 전속고발제가 폐지될 영역의 사건(갑을관계 사건)이 훨씬 많다. 국민이 피부로 느끼기에 상당수의 공정거래 사건에서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내려놓게 되는 것이다.

어떤 이는 전속고발제가 폐지되면 앞으로 고발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오해한다. 그러나 전속고발 폐지란 곧 '자동고발'을 의미하는 것이다. 공정위가 고발을 안 해도 검찰·경찰이 수사를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상당부분 포기한 배경에는 신고사건(을의 반란)의 폭주 현상이 있었다. 강력한 법집행을 예고한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취임을 계기로 신고사건 수가 껑충 뛰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부임하자마자 민관 전문가들을 모아 '공정거래 법집행체계 개선 TF'를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찾은 돌파구 중 하나가 전속고발권 일부 폐지이다.

공정위는 세종시 본부와 5개 지방사무소를 합치더라도 인원이 600명 남짓하다. 이에 비해 검찰은 검사와 수사관이 8000명에 육박하고, 경찰은 더 거대한 조직이다. 공정위는 전속고발제 폐지로 인해 신고사건이 검찰·경찰로 분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전속고발제 폐지가 과연 일반 국민에게 긍정적인 변화일까, 아니면 부정적인 변화일까.

갑(甲)의 입장에서는 공정위 리스크 뿐만 아니라 검찰·경찰 수사에 노출될 리스크까지 생겼으니, 당연히 부정적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속고발제 폐지가 을(乙)에게 마냥 유리하다고 단정짓기도 곤란하다. 검찰·경찰은 공정거래 사건을 처리해본 경험이 적어, 담당자에 따라서 법에서 금지하는 '갑(甲)질' 해당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천차만별일 수 있다. 이 경우 법집행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

또한 을(乙)이 공정위 신고와 검찰·경찰 고소를 병행할 경우, 공정위와 수사기관이 서로 눈치를 보며 사건처리를 미룰 가능성도 있다. 을(乙)의 입장에서 갑(甲)을 압박할 수단이 하나 더 생기기는 히지만, 이것이 종국적·실효적인 권리구제로까지 연결될지는 새 제도를 운영해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법률은 공정위의 전속고발제를 폐지하는 쪽으로 조만간 개정될 전망이다. 공정위뿐 아니라 수사기관도 갑(甲)질을 규율할 수 있게 된다. 수사기관에 가서도 일관된 공정거래법 집행이 될 수 있도록 선례를 집약하고 위법성 판단기준을 표준화하는 노력을 국가적으로 기울여야 할 때다.

가장 나쁜 시나리오는 거래현실을 무시하고 이른바 '걸면 걸리는' 제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비교적 선량한 갑(甲)들까지 잠재적 범법자가 되며, 법집행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처벌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법치주의가 발현되기 전 왕의 심기를 거스르면 누구든지 잡아 가두고 때리고 죽이는 시대가 있었다. '걸면 걸리는' 제도는 법집행기관을 과거의 왕처럼 만들어주는 것과 다름없다. 아무리 갑(甲)질이 밉다 하더라도 제도의 방향이 법치주의의 반대편으로 빠진다면 그야말로 '여우 피해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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