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 아시아] 필리핀, 교통혼잡 주범 ‘지프니’…전기차로 해결할까

입력 2018-06-27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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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 정부, 2020년까지 노후 지프니 없애는 것 목표…운전기사 대부분 저임금 노동자로 새 차량 구입 여력 없어

▲지난해 10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유로4 배출기준을 만족하는 신형 지프니를 보고 있다. 마닐라/AP뉴시스
필리핀 특유의 교통수단으로 사랑받는 동시에 교통혼잡의 주범으로 지목된 ‘지프니’의 현대화를 위해 필리핀 정부가 나섰다. 배기가스가 적은 전기차가 지프니를 대체할 해법으로 제시됐다고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지프니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군이 남긴 차량에서 유래했다. 특유의 현란한 그림으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필리핀 시민의 발로 활약한다. 그러나 교통체증과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단점이 있다. 필리핀 정부는 구글의 맵핑·내비게이션 앱 웨이즈를 인용해 지프니가 전 세계에서 가장 혼잡한 도시 중 하나인 마닐라의 교통혼잡을 초래하고 공기를 오염시킨다고 밝혔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부는 구형 지프니를 없애고 신형 디젤이나 전기차 등으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이다. 2020년까지 15년 이상 된 지프니를 없애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교통 당국에 따르면 필리핀의 지프니는 17만8000대로 이 중 90%가 15년 이상 노후 차량이다.

필리핀 자동차 제조사 사라오모터스는 정책에 맞춰 미니버스와 비슷한 모양의 현대식 ‘e-지프니’를 제작했다. 1947년부터 지프니를 제작해온 프란시스코모터스는 전기차 지프니를 전통적인 지프니 스타일로 꾸몄다. 엘머 프란시스코 프란시스코모터스 최고경영자(CEO)는 “지프니의 고전적인 디자인을 없애면 필리핀인으로서의 정체성 일부를 제거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프니 운전자 대다수는 저임금 노동자로 새로운 전기차를 구입할 여력이 없다. 대부분의 차량 소유 업체들이 지프니 1, 2대를 보유한 중소기업이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지프니 승객들도 차량 교체로 인한 교통비 상승을 꺼린다. 공공정책 싱크탱크 이본파운데이션은 필리핀 정부가 운전자의 생계를 위협하거나 지프니를 이용하는 통근자들의 접근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지프니 현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필리핀 정부는 사업자에게 지프니 구매를 위한 보조금을 제공하고 운전자에게는 월급과 수당을 보장하는 유인책을 도입했다. 그러나 소규모 사업자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되면서 대기업 위주의 구조로 재편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운수업노동단체 피스톤의 책임자인 조지 산 마테오는 “두테르테 대통령은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경멸했다”면서 “이 프로그램은 소규모 사업자들을 몰아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교통혼잡은 지프니 때문만이 아니라 도로 인프라가 부족한 탓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로사리오 벨라 구즈먼 이본파운데이션 이사는 “우리는 차가 너무 많은데 도로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그러나 정부는 범인으로 지프니를 지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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