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관용 이민정책이 뭐길래…부모자식 생이별한 이유

입력 2018-06-2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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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법에서 아이들은 기소 대상 제외…격리된 아이들 수 1만명 넘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관용 이민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19일(현지시간) 뉴욕에 모여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지난달 초 불법 이민자 가족을 적발하면서 부모와 아이를 격리하는 무관용 정책을 발표한 후 이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무관용 정책의 배경과 원인을 자세히 소개했다.

무관용 정책은 지난달 7일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이 공표했다. 세션스 장관은 “국경을 불법으로 넘어오는 사람은 기소하라”며 “만약 아이를 몰래 들여오면 그 사람은 기소되고, 아이들은 법에 따라 격리하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캐치 앤 릴리스’ 법에 따라 부모와 아이가 같이 밀입국하면 일단 석방해준 뒤 재판 절차를 밟는 방식이었으나 이제는 전원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무관용 정책은 새로운 법이 도입된 것이 아니라 이전의 법을 좀 더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부모가 기소되면 아이가 갈 곳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미국 법에 따라 아이들은 기소 대상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플로레스 협정으로 인해 미성년인 불법 이민자들은 20일 이상 가둘 수도 없다. 무관용 정책이 적용돼 부모와 생이별 하는 아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미국 보건복지부(HHS)는 18일 1만1700명 이상의 아이들이 수용 시설에 머무르고 있다고 밝혔다.

부모와 떨어진 아이들은 난민재정착보호소(ORR)로 넘겨진다. HHS의 대변인은 아이들이 위탁 가정이나 집단 보호소에서 평균 56일 정도 머무른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수가 늘면서 수용소 시설이 열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의 정부 수용 시설은 포화상태에 달해 아이들이 월마트 창고나 텐트 안에서 지내는 일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법 개정을 해야한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중앙아메리카의 정치·경제적 불안으로 인해 불법 이민자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연방 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남서부 국경에서 체포된 가족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나 증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최악의 범죄자들이 미국에 들어오는 수단으로 아이들을 이용하고 있다”며 “이는 민주당의 잘못”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의회가 플로레스 협정을 뒤집고 불법 이민 가족 모두를 가둘 수 있도록 이민법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무관용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유아기 아동까지 격리하는 것은 비인간적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멜라니아 트럼프 영부인도 이례적으로 비판 논평을 내며 “법을 따르는 나라가 필요하지만, 가슴으로 다스리는 나라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버지니아, 코네티컷 등 미 남부 국경 지역의 7개 주 주지사들도 “어린이들과 가족을 분리하는 정책이 폐지될 때까지 주 방위군을 국경에 배치하지 않겠다”며 반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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