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단축’ 던져놓고 뒷짐 진 정부… 산업계 “답답”

입력 2018-06-1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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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일 뒤 週52시간제 시행되지만 애매한 세부기준 내놔 유연근무제 등 보완대책 이달 말에야 공개… 혼란만 가중

노동시간이 최대 주 52시간으로 제한되는 노동시간 단축 시행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근로자의 삶의 질 개선과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은 인력 충원과 비용 부담을 고심하고 있고 노동자들은 임금이 줄어들까 걱정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자 정부가 내놓은 노동 세부기준이 모호한 데다 보완대책도 더디게 나와 산업현장은 혼란을 겪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는 다음 달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먼저 도입되고 2021년 7월부터는 5인 이상의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고용노동부는 시행을 20일 앞둔 11일 노동시간 해당 여부 판단 기준 및 사례 등을 담은 ‘노동시간 단축 가이드북’을 내놓았다.

고용부는 그동안 축적된 법원 판례와 행정 해석을 기반으로 휴게시간, 대기시간, 교육시간, 출장시간, 회식 등에 대한 기준을 내놓았다. 그러나 가이드라인 자체가 추상적이어서 실제 현장에서 혼란과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부 관계자도 “가이드라인으로 다 적용하긴 어렵다”며 “구체적 판단이 필요한 경우에는 지방노동 관서에 문의해 달라”고 인정했다.

노동자 300인 이상이면 대기업으로 분류되지만 업체별 여건은 다르다.

300인 이상 기업은 대기업 계열사들과 일반 독립기업 중 300인을 갓 넘은 중견기업으로 나뉜다. 중견기업의 경우 인력 운용에 여력이 없고 준비시간이 충분치 않아 혼란을 겪고 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최근 377개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노동시간 단축에 필요한 조치로 54.4%가 ‘유연근무제 실시요건 완화’를 꼽았다.

정부도 현재 국내 산업 현장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활용도는 3.4%에 불과하지만, 노동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유연근무제 활용 매뉴얼을 노동시간 단축 시행 직전인 이달 말에야 공개할 예정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유연근무제를 둘러싼 법적 쟁점들이 첨예하게 대립해 근로감독관과 변호사, 법학자 등에게 자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음 달부터 당장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해야 하는데 시행 직전에서야 매뉴얼을 배포하는 것은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도 혼란을 겪고 있지만 정부의 책임 있는 조처는 나오지 않고 있다. 특히 19일 최저임금위는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전원회의를 열지만 노동계는 불참할 방침이어서 파행이 예상된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반발해 불참을 선언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개정 최저임금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최저임금법 폐기를 촉구할 예정이다.

앞서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여러 차례에 걸쳐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줄어들 노동자에 대해 보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어떠한 조처도 나오지 않았다.

18일 소상공인업계도 최저임금 차등화 등 입장이 반영되지 않으면 최저임금위에 소상공인 위원이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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