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좌절’ 후지필름, 제록스 제소…10억 달러 이상 손해배상 요청

입력 2018-06-19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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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 등이 제록스 저평가 주장하며 합병 반대해와

▲미국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 제록스 대주주인 아이칸이 후지필름과의 합병에 반대하며 지난달 합의 파기를 선언하자 18일(현지시간) 후지필름홀딩스가 제록스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청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후지필름홀딩스가 인수·합병(M&A)을 취소한 미국 사무기기 대기업 제록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후지필름은 이날 미국 뉴욕 남부지방법원에 제기한 소송에서 제록스가 자사와의 합병 약속을 어기고 합의를 불법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후지필름 측은 10억 달러(약 1조1045억 원) 이상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후지필름은 “제록스의 고의적이고 중대한 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 배상과 10억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추산되는 후지필름 주주들의 손실액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록스와의 합병은 최소 연간 17억 달러의 비용 절감과 10억 달러의 수익 증대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후지필름이 10억 달러의 손해와 징벌적 손해 배상금, 1억8300만 달러의 계약 해지 수수료와 법정 비용을 포함한 경비 상환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록스는 대주주인 칼 아이칸 등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압력으로 지난달 후지필름과의 합병 계획을 철회했다. 올해 1월 제록스는 61억 달러에 후지필름과 합병 계약을 체결했다. 후지필름 측은 제록스 주주들에게 총 25억 달러의 특별현금배당을 하기로 했다. 이는 제록스 시가총액 3분의 1에 해당한다.

그러나 아이칸과 다윈 디슨 등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제록스가 저평가됐다며 제동을 걸었다. 이들은 제록스가 경쟁업체나 사모투자 회사에 매각될 수 있으며 이는 후지필름과의 거래보다 훨씬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제록스는 지난달 13일 “후지필름이 4월 15일까지 후지제록스 감사 후 재무제표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합의를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후지필름 측은 재무제표를 제때 제공했으며 거래 조건을 만족했다고 반박했다.

후지필름은 성명서에서 “제록스 지분의 15%만 소유한 아이칸과 디슨이 제록스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주주 민주주의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후지필름은 소송을 제기하며 “제록스는 소수 지분을 가진 행동주의 투자자 아이칸과 디슨의 변덕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그들은 옳지 않은 방향으로 제록스 이사회를 이끌고 있다”고 꼬집었다.

제록스 측은 “결정이 타당하다고 확신한다”면서 “제록스는 후지필름의 잘못된 관리 및 부정행위에 대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해결책을 실행하며 자사 결정을 적극적으로 변호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아이칸과 디슨은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올해 1월 합의에 동참했던 제록스 이사 대부분은 이미 퇴임했다면서 배상 청구 결과에 따라 후지필름 측이 인수 제안을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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