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위축 심한데 규제책 또 내 놓는다고?

입력 2018-06-17 17:56수정 2018-06-18 09:19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여당, 보유세 인상에다 재건축 연한 연장 카드 만지작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냉기류가 가득한 주택시장에 또 다른 한랭전선이 몰려올 조짐이다.

여당은 6.13 지방 선거 압승을 계기로 잠시 보류했던 부동산 규제 정책을 적극 시행할 태세다.

매머드 급 태풍으로 불리는 보유세 인상에다 재건축 연한 강화, 아파트 후 분양제가 대기 중이다.

보유세는 이달 중 가닥이 잡힐 것 같다. 오는 21일 예정돼 있는 관련 내용 공청회에서 정부 안이 소개될 전망이다. 주요 보유세 항목인 재산세종합부동산세는 모두 인상하는 골격은 정해져 있지만 말이다.

보유세는 세율을 올리지 않고 과표의 시가 반영률만 높여도 인상효과가 생긴다. 지금은 아파트의 경우 시세의 70%가 공시가격이고 이 금액의 80%는 세금 부과 기준이 되는 공정 시장가액이다. 그러니까 시세 10억 원인 아파트 과세 표준액은 공시가격 7억 원의 80%(공정 시장가액 비율) 수준인 5억 6000만 원이다. 재산세의 공정 시장가액 비율은 60%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공시가격 제도를 없애고 공정 시장가액 비율을 시세 수준을 끌어올리자는 의견도 나오는 모양이다. 공시가격을 폐지하고 공정 시장가액 비율을 90% 선으로 끌어올릴 경우 10억 원 아파트의 과표는 9억 원이 된다. 과표가 현재보다 60%가량 높아져 그만큼 세금 부담이 커진다는 얘기다.

재산세를 이런 식으로 급격히 인상할 수 없겠지만 어찌 됐던 지금보다 세금이 많아지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종합부동산세도 마찬가지다. 과표를 조정하면 재산세와 같은 현상이 벌어진다. 여기다가 세율 인상까지 거론되고 있어 앞으로 보유세가 주택시장에 큰 변수가 될 듯싶다.

재건축 관련 후속 대책이 나오면 관련 시장은 더욱 위축될 게 분명하다. 현재 30년으로 돼 있는 재건축 허용 연한을 40년 이상으로 늘릴 것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정부는 앞서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 시행과 함께 재건축 시한도 늘리려 했으나 야당 반발로 인해 일단 유보해 놓은 상태다. 박근혜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기 전 수준인 40년으로 늘리려는 분위기다.

후 분양제 시행 여부도 관심 대상이다. 원래 후 분양제는 부실시공 예방과 투기성 분양권 전매 근절이 주목적이었다. 임대주택을 많이 짓고 있는 부영의 부실 공사가 사회 문제로 비화되면서 후 분양제 도입이 급물살을 탔다.

후 분양제를 시행한다고 공사 부실이 없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요즘 골조를 비롯한 외부에 드러나는 공정보다 입주 후에 확인이 가능한 설비 관련 기자재와 마감재 부문에서 부실이 주로 발생하고 있어 후 분양제와 별 연관이 없다.

그렇다고 분양권 불법 전매를 완전히 차단하기도 어렵다. 공사 진행이 60~80% 될 쯤 분양을 한다 해도 입주 시점까지 시간이 있어 분양권 전매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시세 차익이 많을 때 자주 벌어지는 개인 간의 음밀한 거래를 잡기 힘들다.

후 분양제는 어쩌면 분양가를 높이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자금력이 약한 주택업체는 퇴조하고 대형 업체들이 아파트 사업을 독차지할 여지도 많아진다.

민간 부문까지 후 분양제가 전면 확대될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 보증 기능도 축소해야 할 것 같다. 선분양제에서는 사업자가 중간에 부도가 날 경우 보증사인 HUG가 준공을 마무리시켰으나 후 분양제에서는 그럴 필요성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주택업체가 거의 공사를 마무리한 상태에서 분양을 할 경우 굳이 비싼 보증 수수료까지 내가면서 분양 보증을 받을 이유가 없다.

주택업계 자금 부담을 들어 후 분양제를 내키지 않은 기색이지만 재건축 조합 측에서는 오히려 반기는 눈치다. HUG가 분양 보증을 빌미로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어 이런 규제를 받지 않는 후 분양제가 더 이득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후 분양제에서는 분양가를 높여도 별문제가 없다. 완공 후 분양할 경우 분양 보증과는 무관하다. 사업비 조달만 가능하면 후 분양제가 훨씬 이득이라는 소리다. 개발이익을 많아지면 부담금이 늘어나겠지만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이익도 그만큼 커진다.

후 분양제는 그러나 사업자에게 이득을 안겨주지만 수요자는 별로 얻는 게 없다. 시세 차익을 사업자가 차지하는 구조라서 그렇다.

이는 분양 현장의 흥행이 떨어져 기존 주택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아무튼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 후속 책이 나오면 주택시장은 더욱 냉각될 게 확실하다.

각종 규제로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데 보유세 인상에다 재건축 규제 강화 등의 규제책이 나오면 시장 향방은 뻔하다. 여기다가 금리 인상까지 더해지면 경쟁력 없는 수요자들은 거들이 날지도 모른다.

반면에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볼 때는 공급 위축으로 집값 상승 가능성이 다분하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