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아의 라온 우리말터] 악수 예절

입력 2018-06-1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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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가 보편적인 인사 예절로 자리를 잡았다. 전통 인사법인 절(拜)보다 간편하기 때문이리라. 악수만큼 합리적인 스킨십이 또 있을까? 악수는 나라마다 예절이 조금씩 다르다. 일본은 악수할 때 허리를 숙여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 손을 잡고 상체를 깊숙이 숙이는 게 정중한 태도이다. 중국은 연장자 순으로 악수를 청하며 손을 가볍게 잡아야 한다. 눈을 마주 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

반면 미국은 상대방과 눈을 맞추고 손을 세게 잡는 게 예의이다. 눈맞춤은 정직함을, 손을 힘 있게 잡는 것은 자신감과 신뢰감을 상대에게 표하는 뜻이란다. 러시아는 사업상 만남이 아닌 이상 이성 간에는 악수를 하지 않는다. 무턱대고 손을 내밀었다간 뺨을 맞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우리 사회에도 악수 예절이 있다. 손을 잡을 땐 상대방의 눈을 봐야 한다. 손을 너무 강하게 쥐거나 손끝만 내미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 악수를 사양하는 행동은 두말할 것도 없이 상대방에겐 참을 수 없는 모욕이요, 상처가 된다. 악수를 누가 먼저 청하느냐도 중요하다. 여성이 남성에게,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청하는 것이 기본이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친근한 정을 담았다고 해서 아무 손이나 덥석덥석 잡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윗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서로 손을 잡는 순간 감정이 흐른다. 그런데 아랫사람의 반대말을 ‘웃사람’으로 잘못 알고 쓰는 이들이 많다. 접두사 ‘윗’과 ‘웃’이 다른 말과 결합할 때 헷갈리기 때문이다. 만약 이 문제로 당황한 적이 있다면 이젠 안심해도 된다. 놀랄 만큼 단순하지만 유용한 구분 방법이 있다. 위와 아래의 구분이 분명하면 ‘윗’을, 그렇지 않으면 ‘웃’을 쓰면 된다. 아랫사람이 있으니 당연히 윗사람이 옳은 표기이다. 마찬가지로 아랫니가 있으므로 윗니가 있고, 아랫목이 있어 윗목이 있으며, 아랫입술이 있으니 윗입술도 있다.

이와 달리 나이나 지위, 신분, 항렬 등이 자신보다 높아 직접 또는 간접으로 모시는 어른은 웃어른이다. 어른은 아래위가 구분되지 않으니 당연히 웃어른이 올바른 표기이다. 돈 역시 아랫돈은 없으니 ‘본래의 값에 덧붙이는 돈’은 윗돈이 아니고 웃돈이다.

그렇다고 ‘윗’과 ‘웃’을 단순하게만 생각해선 안 된다. 윗옷과 웃옷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아래위’ 개념으로만 보면 윗옷이 맞는 말이다. 하의(下衣)가 아래옷이니 상의(上衣)는 윗옷이다. 하지만 옷을 갖춰 입은 후 외투를 하나 더 걸치는 경우, 외투는 위아래 짝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웃옷’이라고 해야 맞다. 즉, 아래옷과 짝을 맞추어 입는 것은 ‘윗옷’이고, 그 위에 예의상 혹은 추워서 하나 더 걸쳐 입는 덧옷, 겉옷은 ‘웃옷’이다.

꽤 오랫동안 손이 고생했다. 선거 후보자라며 낯선 이들이 악수를 하자는데 뿌리칠 수가 없었다. 어떤 날엔 ○○당 후보와 악수한 후 길을 건너자마자 △△당 후보라는 이가 기다렸다는 듯 손을 내밀어 짜증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악수를 청하는 그들도 오죽 힘들까’라는 생각에 웃으며 손을 잡아줬다. 드디어 선량(選良)들이 가려졌다. 그들이 임기 내내 윗사람을 섬기듯 선량(善良)한 웃음을 짓고 정중하게 시민들의 손을 잡아주길 바란다. 또한 패한 후보는 물론 악수를 거부했던 주민 모두도 감싸 안길 희망한다. 그러지 않으면 분노에 찬 ‘주먹’을 쥐는 이들이 늘어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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