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G2 무역전쟁서 패배 중?…“중국, 실질적으로 양보한 것 별로 없어”

입력 2018-05-2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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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더 사기로 했지만 ‘게임 체인저’는 아냐…지식재산권 침해나 기술 이전, 정부 보조금 문제 등은 양보 안 해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에서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패배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트럼프 정부와의 무역 전쟁에서 엄청난 승리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2차 무역 협상이 마무리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중국은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잃은 것이 없어 보이고 미국의 위협적인 관세도 대부분 피해갔다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이날 오는 7월 1일부터 수입 승용차에 대한 관세를 종전 25%에서 15%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자동차 부품 관세도 종전 8~25%에서 일률적으로 6%까지 인하했다. 이 같은 발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공언한 수입 확대 정책의 연장선이자 미중 무역 합의에 따른 후속 조치다. 중국 재정부는 “개혁 개방을 더욱 확대하고, 공급 측면 구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며 “중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내 수요를 맞추기 위한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 주말 2차 무역 협상 결과 연간 총 1500억 달러(약 162조8100억 원)에 달하는 대중국 보복 관세를 보류하기로 했다. 중국은 에너지와 농산물 분야에서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를 약속했다. 그러나 WSJ는 이 같은 중국의 약속이 ‘게임 체인저(결과나 흐름의 판도를 뒤바꿔 놓을 만한 중요한 사건)’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두 산업 미국에서 생산할 수 있는 규모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의 원유 생산자가 중국에 종전보다 더 많은 원유를 수출하면 다른 지역에서는 수출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 중국은 지식재산권 침해와 기술 이전 압박, 산업 보조금에 대한 미국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거의 양보하지 않았다.

중국 통신장비·스마트폰 업체 ZTE를 향한 제재도 거래 금지가 아닌 벌금 부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ZTE는 벌금 부과와 경영진 변경을 요구받았고, 그 대신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수십억 달러의 관세 부과를 철회할 방침이다. 중국 현지 언론은 ZTE가 경영 쇄신에 동의한 뒤 생산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단독 회담 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타협은 없다”며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ZTE에 부과하는 벌금은 13억 달러가 될 수 있으며 ZTE에 경영진 교체를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새로운 경영진, 새로운 이사회, 매우 엄격한 보안 규칙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트럼프가 중국과의 무역 갈등에 불확실성을 높이면서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72% 하락한 2만4834.41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0.31%, 0.21% 떨어졌다.

트럼프의 발언은 중국과의 무역 문제가 자기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됐다. 초조함과 불만이 트럼프의 태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WSJ는 미국 관리들이 중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역시 처음에는 무역 문제와 국가 안보를 분리하려 했으나 다음 달 12일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을 의식해 중국과 적대적인 관계가 이어지는 점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외교협회(CFR)의 브래스 셋서 무역 전문가는 “지금까지 중국이 한 가장 큰 약속은 미국산 물건을 더 사겠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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