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살아남으면 모든 걸 가진다

입력 2018-05-18 09:16수정 2018-05-1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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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소위 조선 ‘빅3’가 1분기 원화 강세와 강재가 인상의 여파로 홍역을 치렀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드릴십 매각 성사로 악영향을 상쇄했지만,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적자 성적표를 받았다. 이제 살아남아야 하는 생존 경쟁이 본격화되는 셈이다.

◇적자의 1분기, 대우조선만 피했다 = 조선 ‘빅3’ 가운데 1분기 흑자 성적표를 받은 곳은 대우조선해양 뿐이다. 이 회사는 1분기 매출액 2조2561억 원, 영업이익 2986억 원을 기록하면서 전분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번 분기 흑자 전환의 배경에는 최근 매각이 성사된 드릴십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4분기 기준 2400억 원 가량 대손충당금을 설정한 것이 환입됐기 때문이다. 회사는 “원가를 절감하고 자구계획을 철저히 이행한 덕분”이라며 “원화 강세와 후판가 인상만 피했다면 영업익을 더욱 키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공사 손실 충당금 환입 같은 호재가 없었던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원화 강세와 후판가 인상의 유탄을 직격으로 맞았다. 현대중공업은 1분기 매출액 3조425억 원, 영업손실 1238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29.4% 줄었고 영업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삼성중공업도 예고한대로 1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1분기 매출액 1조1408억 원, 영업손실 478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49.1% 감소해 ‘반토막’이 났고, 영업이익도 적자전환했다. 두 업체 모두 실적 부진의 이유로 고정비 부담 증가와 후판 등 강재 가격 인상, 환율 영향을 꼽았다.

◇ 빅3 “국내·외 상선 잡아라” = 1분기 적자 전환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국내 최대 선사인 현대상선이 발주한 초대형 상선 수주에 사활을 걸었다. 이는 전분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한 대우조선해양도 마찬가지다. 현대상선은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일환으로 지난달 3조 원 규모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에 대한 입찰제안요청서를 국내 주요 조선사에 발송했다. 이에 조선 ‘빅3’를 포함해 한진중공업이 제안서를 제출하며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현대상선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는 2011년 1만3000TEU급 선박 5척을 발주한 지 7년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2016년 수주절벽 이후 일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조선업체들에게는 숨통을 트일 수 있는 모처럼만의 기회인 셈이다.

현대상선은 선가, 납기, 기술력 등 조건을 따져 조선소를 선정해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할 예정이다. 현대상선은 6월 이전 발주를 할 예정인데, 납기일이 촉박해 조선소 3곳이 20척의 수주를 나눠가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현대상선과 최대주주(산업은행)가 같은 대우조선해양이 더 많은 수주를 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국내 조선 ‘빅3’의 상선에 대한 기대감은 현대상선에만 그치지 않는다. 전 세계 해운사 가운데 컨테이너선 ‘빅3’로 꼽히는 머스크와 프랑스 CMA-CGM, 스위스 MSC 등이 올해 대규모로 컨테이너선을 발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CMA-CGM사의 경우 올해 말까지 1만4000TEU급 콘테이너선 12척을 발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올 연초 이후 지난 4월말까지 전 세계적으로 1만TEU급 콘테이너선 20척이 발주된 가운데 삼성중공업이 8척, 일본 조선사가 12척을 수주한 만큼 국내 조선 ‘빅3’가 입찰에 참여할 경우 앞으로 나올 발주량의 절반 이상을 가져올 것이라는 희망 섞인 예상도 나오고 있다.

◇ 유가 전망도, 업황도 안갯속..“버텨야 산다” = 조선 ‘빅3’가 상선 수주에 몰입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해양플랜트 등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해양플랜트는 이란 제재 우려로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있어 시추선 등의 발주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당장 가시화된 수주건이 나타나지 않아 조선업계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이를 관망하면서, 당장 대규모 발주가 발생하고 있는 상선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서부 텍사스유와 함께 세계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인 브렌트유는 최근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조선업계에서는 해양플랜트 분야가 다시 살아나려면 유가가 2011년 수준인 배럴당 110달러 수준은 다달아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용비 기자 dragonfly@

안경무 기자 noglas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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