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1조4000억 베트남 LPGㆍPP 투자 ‘원점’…은행 인적분할 후 대출 재검토

입력 2018-05-17 10:32수정 2018-05-1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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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출자 1962억 불과, 잔액 신디케이션 주관 산업은행 등 의존…"기존 200bp 금리 재검토해야"

효성그룹의 12억8600만 달러(약 1조4000억 원) 규모 베트남 투자가 내달 1일자 인적분할 이후 '재논의' 된다. 투자의 대부분을 신디케이션으로 조달하는 상황에서 인적분할 후 대출 보증 회사가 바뀌면 은행들은 딜 구조를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17일 IB업계에 따르면 효성의 베트남 신사업 주체인 효성비나케미칼(가칭)의 현지 승인이 기존 예상했던 기한을 넘겨 지연되고 있다. 통상 효성이 진행해 온 사업들에서 베트남 현지 승인은 1~2개월 내로 신속하게 이뤄져 왔다. 그러나 이번 사업에 대해서는 상반기 내 승인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효성은 2월 초 폴리프로필렌(PP)일괄생산체제를 구축하고 글로벌 기지로 삼기 위해 베트남 LPG·PP 프로젝트에 총 12억8600만 달러를 투자한다고 공시했다. 기존에는 베트남 내 개별 성(지방정부) 단위로 진행되던 사업이 1조 원이 넘는 규모로 커지면서 현지 ‘국가 개발계획’에 포함됐다. 효성은 이번 사업과 관련한 중장기 투자계획을 연초 베트남 정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효성 관계자는 “워낙 투자 규모가 크고 베트남 산업에서도 중요도가 높기 때문에 이번 프로젝트 관련 승인 권한 자체가 중앙정부로 바뀌면서 절차가 몇 단계 더 생긴 셈”이라며 “사업 진행 자체에는 전혀 차질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늦어도 4월 중 실행됐어야 할 투자금액에 대한 대출이 인적분할 이후로 지연되면서 신디케이션에 참여한 일부 은행들은 딜 구조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기존 계획에서 이번 투자의 보증인은 ㈜효성이었지만 다음달 1일 인적분할 이후에는 보증인이 효성화학(화학부문)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보증인이 ㈜효성에서 효성화학으로 규모가 작아질 경우 대출구조를 새로 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기준 효성의 자산 규모는 14조5350억 원인 데 비해 화학부문은 1조7621억 원으로 전체의 12%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 효성의 신용등급은 ‘A+’다. 한신평 등 신용평가사들은 단기적으로 인적분할 후 분할존속회사 ㈜효성의 신용등급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연대보중 규모가 축소되면서 분할신설회사 효성화학(화학)을 비롯해 효성티앤씨(섬유·무역), 효성중공업(중공업·건설), 효성첨단소재(산업자재) 등 각사에 대한 신용도가 변할 수 있다고 평가한 상황이다.

이에 은행들은 아직 사업 승인이 나지 않았지만 기존 계획대로 대출부터 실행하거나 인적분할 후 대출구조를 변경해야 한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인적분할 이후 새로운 사업의 주체나 대출구조 변경과 관련해 효성 측과 금융기관이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주고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별은행들이 투자에 참여하기 위해 마련해놓은 금액 규모도 수천억 원대로 큰데 현지 사업이 지연되는 상황이나 인적분할 후 변화에 대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며 “기존 200bp(1bp=0.01%포인트) 정도로 설정한 금리를 재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딜 구조를 재검토할 경우 이번 투자에서 효성이 지는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총 12억8600만 달러 규모 투자에서 효성이 당장 출자하는 금액은 1962억 원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신디케이션 주관사인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빌려온다.

특히 산은은 수출입은행과 함께 이미 약 2억 달러 규모의 효성비나케미칼 자본금 조달을 마친 상황이다. 나머지 10억 달러에 대해서는 신한·국민·KEB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과 해외 금융기관 수곳이 참여하기로 돼 있었다. 산은 해외사업실은 이번 신디케이션 규모가 큰 만큼 자금 조달을 완료하기 위해 올 초 싱가포르까지 직접 가서 글로벌 투자기관들의 문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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