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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이슈] IT 기업의 금융업 진출 열기…엇갈리는 전망
입력 2018-05-17 07:34
애플·아마존·페이스북 등 금융업을 차세대 사업으로 인식…빅데이터 획득으로 다른 사업과 연계할 수 있어·규제 부담 극복 어렵다는 비관론도

▲세계 금융의 중심지 뉴욕 맨해튼 월가. 출처 = 픽사베이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월가로 넘어오고 있다. 다만 IT 기업의 금융업 진출 성공 가능성을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고 15일(현지시간) CNN머니가 보도했다.

최근 IT 대기업들은 금융업을 차세대 사업으로 지목하고 나섰다. 유통 공룡 아마존은 JP모건체이스와 함께 당좌예금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아마존은 젊은 고객을 타깃으로 아마존 계좌를 통해 상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JP모건은 이미 트레이딩 업무에서는 아마존의 인공지능(AI) 비서 알렉사를 사용 중이다.

애플과 페이스북도 금융업 진출을 바쁘게 논의하고 있다. 지난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골드만삭스와 함께 새로운 신용카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이 자체 가상화폐 발생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러한 경향을 두고 GBH인사이트의 대니얼 아이브 최고전략책임자(CSO)는 “IT 기업이 은행 산업으로 침투하는 추세가 확연하다”고 진단했다.

IT 업체들이 금융업 진출로 기대하는 것은 고객들의 소비 습관에 관한 정보다. 고객의 금융 정보를 취득하면 향후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아이브는 “IT 업체들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더 깊이 관여하려고 노력한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벤 엘리엇 애널리스트는 “IT 기업들에 유혹적인 것은 고객들의 지갑이다”라며 “그것을 손에 넣으면 사업에 관한 광범위한 시야를 획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월가 은행들은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미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은행 업무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오프라인 은행 지점들은 문을 닫는 상황이다. CNN머니는 모바일 뱅킹이 성장해 2008년 이후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건, 웰스파고 등 월가 은행들이 수천 개의 지점을 미국에서 폐쇄했다고 전했다. 아이브 애널리스트는 “IT 대기업들은 은행의 업무가 오프라인을 떠나는 것을 보고 기회가 왔다는 것을 직감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존 은행들이 심각한 위협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는 반박도 있다. 신규 업체가 진입하기에 금융업의 장벽이 워낙 높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금융업을 본격적으로 하려면 최소 자본 수준을 유지해야 하고, 금융권의 지역사회 기여도를 입증하도록 강제하는 ‘지역 재투자법’ 등 규제도 준수해야 한다. 엘리엇 애널리스트는 “IT 업체의 금융업 진출이 JP모건과 같은 대형 은행들을 실질적으로 위협하진 않을 것”이라며 “기술이 얼마나 뛰어나든지와 상관없이 규제의 부담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즉 월가 은행들이 종종 불평하는 금융 규제가 신규 경쟁자들의 진출을 막는 역할을 해 오히려 이들을 지켜주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IT 기업들은 직접 경쟁하는 대신 이미 규제 감독을 통과한 은행과 협력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컴패스포인트리서치앤트레이딩의 이삭 볼턴스키 애널리스트는 “IT 대기업들은 은행들과 파트너십을 맺으려 들 것”이라며 “이런 방식은 규제 완화를 피하면서도 고객들에게 첨단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애플이 골드만삭스와 제휴해 신용카드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 그 예다. IT 업체와 은행 간 협력은 페이팔 같은 온라인 결제 업체나 비자·마스터카드 같은 카드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을 수 있다. 엘리엇 애널리스트는 “애플이나 아마존의 결제 시스템은 비자나 마스터카드를 위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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