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바이오, 안진회계법인 ‘에피스’ 평가자료 무단사용 논란

입력 2018-05-1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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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용역 목적 외 해당 보고서 사용 곤란" 디스클레이머 삽입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사실상 ‘사용해서는 안 되는’ 평가보고서를 근거로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의 가치를 감사보고서에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바이오는 기자간담회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공정가치평가를 별도로 실시한 것처럼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다른 목적의 보고서 내용 일부를 발췌한 데 불과했다.

16일 이투데이가 안진회계법인이 작성한 통합 삼성물산 회계처리를 위한 기업가치 평가보고서를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에피스 평가 자료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회계처리 등 본래 용역계약에서 정한 용도 외에 다른 목적으로 활용해선 안된다”는 취지의 디스클레이머(제한사항·책임 부인 문구)가 수페이지에 걸쳐 기술돼 있다.

해당 보고서는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한 후 기업가치를 산정하기 위해 안진회계법인에 용역을 의뢰한 것이다. 안진회계법인은 그해 8월 31일 기준으로 통합 삼성물산의 자회사가 된 삼성바이오와 그 종속회사였던 에피스 등에 대한 가치평가를 실시해 10월 중 삼성물산에 제출했다.

안진은 디스클레이머를 통해 에피스에 대한 가치평가가 용역계약에서 목적한 바 이외의 용도로 활용될 경우 책임 소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에피스에 대한 평가는 통합 삼성물산의 회계처리를 위해 당시 비상장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가치를 추산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므로 다른 주체가 임의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디스클레이머 명시뿐 아니라 에피스 평가와 관련한 본문 곳곳에 “에피스로부터 구체적인 자료를 제공받지 못해 세부적인 분석을 수행하지 않았다”며 극히 제한적인 용도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안진이 에피스를 평가한 방식은 현금흐름할인(DCF)법으로 미래 기업가치를 추산하는 대표적인 계산법이지만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도출되는 숫자가 천차만별이다. 특히 바이오 기업의 경우 이러한 편차가 더욱 심하게 나타나 DCF의 신뢰성이 더욱 낮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에피스의 경우 구체적인 자료마저 부족했던 것이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는 해당 보고서에서 적시된 에피스의 기업가치 5조2726억 원 중 보유지분(91.2%)에 해당하는 4조8086억 원을 그해 말 감사보고서에 반영했다. 삼성바이오의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이 작성한 감사조서상에도 에피스 가치 평가 근거로 적시된 자료는 안진회계법인이 8월 말 기준으로 작성한 보고서 한 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회계법인 임원은 “통상 감사 과정에서 장부가로 2650억 원 수준이던 회사 가치가 5조2726억 원으로 평가된 상황이라면 이를 회계에 반영하기 위한 근거로 에피스에 대한 별도 평가보고서를 반드시 요구했을 것”이라며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 측은 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에피스의 합작사인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본 근거 중 하나로 ‘5조2726억 원’이라는 숫자를 제시했다. 또한 에피스에 대한 회계기준 변경과 이를 재무제표에 반영한 과정이 모두 ‘감사인의 권유’를 통해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진 보고서의 디스클레이머 내용을 파악하고도 이를 무리하게 재무제표에 반영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이러한 주장들이 신빙성을 잃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진회계법인의 보고서를 삼성바이오가 무단 사용한 것과 관련 해당 회계법인 관계자는 “충분히 물어볼 수 있는 문제인 것은 안다”면서도 “감리위에서 대응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 사안에서는 노코멘트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 측은 DCF 평가 방법과 관련, “기업의 존재 목적과 투자목적을 고려할 때 타 방법보다 논리적으로 우월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며 “한국콜마가 CJ헬스케어를 인수할 때도 사용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감리위 심의를 앞두고 정당한 방어권 행사에 제한을 받는다며 ‘조치사전통지서 근거사실 공개요청’ 공문을 11일 금감원에 발송했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안진이 작성한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가치 평가 보고서'상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재무제표에 사용한 것은 오히려 보수적인 접근이라고 해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의 국내 판매 승인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가 높아지는데 안진 보고서가 작성될 당시는 국내 승인을 받기 전이기 때문에 과대 평가가 아닌, 미래 성장 가치를 충분히 담지 못한 보수적인 수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회계법인과 충분히 상의한 후 작성된 보고서로, 이미 금감원에 제출한 자료"라면서 "내일 열리는 회계감리위원회에서 충분히 소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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