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순 칼럼] ‘깜도 아닌 것들’의 세상

입력 2018-05-15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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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요즘 세상 정말 가관이다. 우리 사회 진짜 밥맛이다. 어제 중소기업 대표, 대기업 전직 임원, 민간 직능단체 간부와 세상 이야기를 하는 동안 그런 생각이 더 들었다. 화제는 주로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갑질 문제였고, 다른 기업주들의 행태도 도마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특검을 하자며 단식농성했던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겨냥해 “깜도 안 되는 특검을 들어줬더니 도로 드러누웠다”고 비난했더군.

-자기는 ‘깜’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자유한국당이 ‘추한 입’이라고 받아쳤던데, 추미애는 진짜 입이 험해. 언제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 것 같더군. 정치감각이 그렇게 떨어져서야 어디…

-그 ‘깜’도 안 되는 것들이 정국을 좌지우지하고 기업을 한답시고 갑질을 해대고 있으니 참 한심하지 뭐.

-대한항공 이명희 여사는 갈수록 태산이더군. 평소 운전기사에게 욕을 밥 먹듯 하던 사람인데, 이번엔 뒤를 돌아보라 하고는 얼굴에 침을 뱉고 신발을 벗어 뒤통수에 던졌다는 보도가 또 나왔어. 그러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구.

-그 여자 정신병자야. 사고 위험 같은 건 생각도 하지 못할걸.

-이명희랑 비슷한 사람들 많아. 이건 신문에 안 난 이야기인데, 한 건설회사 회장은 차만 타면 양말을 벗는대. 그러고는 뒷좌석에서 맨발로 운전기사 뺨을 톡톡 치면서 “야, 이 새끼야” 뭐 어쩌구 욕을 하며 잔소리를 한다는군. (골프) 공이 잘 안 맞은 날은 더 그랬다더라.

-발로 지시를 해? 대단하구나. 그런 재주를 좋은 데다 좀 쓰지.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된 기사가 차를 벼랑 가까이 세우고 밖으로 나가 차를 밀어버릴 것처럼 위협했더니 새파랗게 질려 “잘못했다. 살려 달라”고 싹싹 빌었다데. 그 기사는 결국 그만두었다고 하더라.

-어떤 회장 사모님은 목장 시찰 중 뭐 때문에 화가 났는지 수행 중인 상무를 따돌리고 차를 몰고 가버렸대. 뛰어서 쫓아가면 태워줄 것같이 하다가 욕하며 가버리고, 또 쫓아가면 또 달아나고 그렇게 골탕을 먹이다가 차에서 내리더니 상무의 붕알을 발로 찼다고 하더라.

-그런 수모와 굴욕을 당하면서도 회사에 다녀야 하나? 나 같으면 당장 때려치우겠다.

-복수한 부장 이야기해줄까? 어떤 중소기업의 대표는 화만 나면 안경을 벗어 던진대. 안경은 되게 비싼 거고 사무실 바닥은 대리석으로 돼 있다는군. 안경이 떨어져 깨지는 날은 죽음이야. 그래서 사장이 안경을 던졌다 하면 날쌔게 슬라이딩을 해서 받았다더군. 안경에 신경 쓰다 보니 뭐라고 소리 지르는지 그건 잘 들리지도 않더래.

-임직원들의 운동신경이 대단하겠구나.

-그 부장은 결국 회사를 그만두었는데, 어느 날 전화가 왔더래. 지 마누라가 죽었는데 문상을 오지 않았다고 또 ‘지랄지랄’하더라지? 그래서 “내가 니 부하냐?” 하고 욕을 실컷 퍼부었더니 전화를 끊었대. 이게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 남아 있는 직원들이 “부장님 멋쟁이!” 그러면서 만나자고 하더니 2차, 3차까지 술과 밥을 사더라더군. 그 사장 집의 개가 죽었을 때는 개 장례식장에 갔더니 임원들이 접수대에서 돈을 받고 있었대. 속으론 비웃고 욕을 하면서 슬픔에 잠긴 사장을 달래느라 애를 먹었다더라.

-그런 갑질 횡포와 패악질은 어떻게 해야 없어질까?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최근 뉴욕에서 열린 세계중소기업협회(ICSB) 포럼에서 링컨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을 차용해 인본주의 경영을 강조하는 기조연설을 했더군.

-좋은 말이지만 그런 말을 들을 귀가 없는 사람들이 많아. 우리나라는 망할 거 같아. 청년들은 취업하지 못해 절망하고, 취업한 사람들은 갑질 횡포에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받아 염증을 내고…

-그렇다고 절망만 하면 되겠어? 저마다 몸담은 조직과 사회가 조금씩이라도 나아지도록 노력해서 나라가 망하지 않게 해야지.

-“말은 청산가리”로군. 하하하.

fused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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