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대웅제약, 보톡스 균주 출처 美 법원 판단 놓고 상반된 해석

입력 2018-04-30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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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이겼다"고 주장…양사간 갈등 장기화 국면

보톨리눔 톡신(보톡스) 균주의 출처를 놓고 메디톡스가 제기한 소송에서 미국 법원이 내린 결정에 대해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해석을 내놨다. 미국 법원이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에게 제기한 민사소송은 각하 판결하고,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를 상대로 한 소송은 유지키로 결정하면서 소송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30일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법원은 27일(현지시간) 심리를 열어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 소송에 대해 각하 판결을 내렸다. 다만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에 대한 소송은 유지 결정키로 했다.

이번 심리는 지난해 메디톡스가 미국ㆍ한국 법원에 대웅제약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한 데서 비롯됐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전 메디톡스 직원을 매수하는 방법으로 메디톡스의 균주와 제조 관련 정보를 불법 탈취해 보톡스 '나보타'를 개발했다고 주장하고 있따.

이에 대웅제약은 메디톡스가 한국에서 자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심리가 시작됐다는 점과 미국 소송과 달리 대웅제약 파트너사인 에볼루스, 알페온 등 회사를 피고로 지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미국 법원에 각하를 청구했다.

이를 두고 양사는 각 자의 입장에서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다.

우선 대웅제약 측은 "미 법원이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미국 소송을 '불편한 법정의 원칙'에 따라 '아무 편견없이 각하(dismissal without prejudice)'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편한 법정의 원칙은 이번 사안을 판단하기에 적합한 법정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이번 소송 결과는 절차에 맞지 않게 관할권도 없는 외국에서 먼저 소송을 신청해 '나보타'의 수출을 저지하고자 했던 메디톡스의 소송 의도가 무산된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웅제약은 "메디톡스가 한국에서 제기한 민사소송에 적극적으로 임해 진실을 명백히 밝히고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에볼루스에 대한 소송은 각하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에볼루스 소송은 형식적으로 남아 있지만, 한국에서의 소송이 종결돼야 에볼루스에 대한 미국소송이 재개될 것인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내 민사소송에서 대웅제약이 승소하게 되면 메디톡스가 에볼루스를 상대로 더 이상의 소송을 진행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메디톡스 측은 "미국 법원의 대웅제약 등에 대한 결정은 관할 존부에 관한 형식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에볼루스 등에 대한 소송 유지 결정은 해당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심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는 판단이라는 주장이다.

또 "대웅제약에 대해서는 각하결정을 내렸지만 '재소가능한 각하(dismissal without prejudice)' 결정을 한 것"이라며 "통상 더 이상 다툴 여지가 없다고 판단할 때는 '재소가 불가능한 각하(dismissal with prejudice)'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대웅제약은 보유한 보툴리눔 균주의 획득 경위와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을 조속히 공개해 현 사안에 대한 모든 의구심을 해소하길 촉구한다"며 "관계자 및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공개 토론을 열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민사소송을 종결했지만 미국 법원에서의 에볼루스 등에 대한 소송 심리는 8월 10일 오전 9시(미국 현지시간기준)에 재개될 예정이어서 양사 간 갈등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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