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본 상속·가업 승계] '가업상속 공제제도'가 과연 '부의 대물림'일까

입력 2018-04-3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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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으로 운영하는 중소기업을 자식들에게 승계할 때 어려움 중 하나는 상속세다. 우리나라 세법상 상속세 최고 세율은 50%고, 최대 주주가 보유한 주식은 30%를 할증해 평가하기 때문에 65%까지 상속세를 내게 될 수 있다.

가업인 중소기업을 승계하려는 사람들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우리나라 세법은 ‘가업상속 공제제도’를 두고 있다.

가업상속 공제제도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갖추어야 할 요건들이 있다. 우선 아버지가 최대주주로서 10년 이상 중소기업을 경영해야 한다. 사업을 물려받으려는 자녀는 18세 이상이어야 하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2년 전부터 해당 회사에서 일해야 한다. 이러한 요건들을 갖추면, 가업을 꾸려온 기간에 따라 상속세 과세액에서 200억~500억 원까지 공제해준다. 하지만 이렇게 공제를 받은 후에 가업용 자산을 처분하거나 상속받은 회사의 정규직 근로자 수가 감소하게 되면 공제받은 상속세를 가산세까지 더해 내야 한다.

가업상속 공제제도는 가업을 승계하려는 기업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지만, 실제로는 활용도가 낮다.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가업상속 공제를 받은 건수는 70건이 채 되지 않는다. 이처럼 활용도가 낮은 이유는 가업상속 공제를 받기 위한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특히 가업상속 공제를 받은 후 정규직 근로자 수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 요건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외국의 경우에도 가업을 승계할 경우 상속세를 공제해주는 제도가 있는데, 일본과 독일은 상당히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보유세, 상속세 등 종합적인 세제 개편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상속세와 관련해서는 가업상속 공제 제도의 공제 한도를 줄이거나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나오는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올해 가업상속 공제제도는 공제받기 어려운 방향으로 이미 개정됐다. 가업 상속재산 외의 상속재산으로 상속세를 낼 능력이 있는 경우, 공제를 해주지 않기로 한 것이다. 높은 공제 한도를 인정받기 위한 가업 영위 기간도 늘어났다.

이렇게 가업상속 공제제도 활용을 어렵게 하거나 공제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을까?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필자는 이러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 나라 총 세수에서 상속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가 되지 않는다. 또한 지금도 가업상속 공제제도가 잘 활용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공제 한도를 더 줄이더라도 상속세로 걷을 수 있는 세금이 크게 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결국 현재 가업상속 공제제도의 공제 한도를 더 줄여야 한다는 등의 논의는 부의 대물림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업상속 공제제도를 부의 대물림이라는 관점에서만 봐서는 안 된다. 이 제도는 오랜 기간 해왔던 가업의 경우, 상속인이 물려받아 계속 경영하는 것이 회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일자리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에 도입된 것이다.

장수하는 중소기업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기업 승계가 중요하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 제도를 도입 취지에 맞게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도 외면받는 제도를 더 활용하기 어렵게 바꾸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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