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종의 서킷브레이크] 재벌가 오너들의 ‘갑질’과 스튜어드십 코드

입력 2018-04-3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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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부 차장

요즘 우리 사회가 온갖 ‘갑질’에 시퍼렇게 멍이 들고 있다. 최근 조현민 대한항공 전 전무의 물벼락 ‘갑질’로대표되는 한진 오너가의 갑질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화’를 넘어 슬프기까지 하다. 재벌가들의 갑질 행태는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 그치지 않는다. 지금까지 수많은 재벌 오너가의 갑질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면서 도마 위에 오르내렸다.

당장 한진가(家) 조현민 전 전무의 언니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2014년 벌어진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사회적인 공분을 사면서 검찰에 구속기소돼 처벌을 받은 바 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자녀도 각종 물의를 일으키며 구설에 올랐다. 김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 씨는 작년 1월 만취 상태에서 술집 종업원을 때리고 난동을 부려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의 처분을 받았다.

또 2016년 12월에는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의 장남인 장선익 이사가 술집에서 난동을 부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인 공분을 샀다. 장 이사는 당시 지인들과 술을 마시다 종업원과 시비가 붙으면서 진열장에 물 컵을 던져 양주 5병을 깨는 등 소란을 피우다 입건됐다.

현대가(家)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가 3세인 정일선 현대BNG스틸 사장은 3년 동안 운전기사 61명을 주 56시간 이상 일하게 하고, 이들 중 한 명을 폭행해 작년 2월 법원에서 벌금 300만 원의 형을 선고받았다.

이 밖에도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역시 자신의 운전기사 2명에게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을 일삼다가 결국 벌금 1500만 원의 처분을 받았다.

반복되는 재벌 오너일가의 온갖 갑질 행태가 이어지면서 증권가에서 또다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강화 지침)’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조현민 전 전무의 갑질 사건이 보도된 이후, 대한항공 주가가 급락하면서 고스란히 소액주주들에게 피해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단 주가 하락에 대한 책임론만은 아닐 것이다. 궁극적으로 한 기업이 이윤 창출 이외에 사회적인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 마련에 대한 목소리다.

하지만 아직까지 증권업계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시원치 않은 상황이다. 4월 말 현재까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참여한 금융투자회사는 총 34곳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28곳이 자산운용사로, 증권사와 보험사 등 대부분의 금융투자사들은 아직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매번 재벌가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부각할 때마다 연기금을 비롯한 금융투자사들의 적극적인 스튜어드십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요구했더라면 기업가치의 훼손을 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제대로 된 주주의 권리를 찾기 위해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져야 할 시점이다. 기업을 단순하게 투자하는 대상이 아닌 중·장기적으로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작업이 필요한 때다.

특히 우리 재벌 기업들은 그동안 정부의 비호 아래 막대한 세금을 통해 성장해 왔다. 그만큼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하지만 지금 우리 재벌들의 민낯은 이런 도덕성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지금이라도 금융권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통해 기업의 재무 이슈만이 아닌 내부 통제, 경영 승계 등 다방면에서 적극적인 의사를 개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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