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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골퍼] 남상길 제트원 대표 “골퍼들이 행복해지는 골프공 만들 겁니다”
입력 2018-04-27 12:15   수정 2018-04-27 14:37
초고밀도 코어 개발에 아낌없이 투자 하루 수백개씩 커터기로 공 절단 연구 美에 3년간 1000만달러 공급 계약 직원 행복 우선 경영철학으로 회사 운영 형편 어려운 유망주 지원 등 후원도 눈길

▲제트원 남상길 대표이사
“우리 제트원(Z1) 골프 볼로 골퍼들이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 제일 크죠. 자신에게 맞는 볼만 잘 골라도 비거리는 물론 방향성도 크게 향상될 수 있으니까요.”

골프용품 전문기업 제트원 남상길 대표이사(51)는 골프 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그는 국산 볼에 대한 자부심뿐 아니라 볼의 특성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지닌 전문가다.

“골프 볼의 핵심은 코어를 구성하는 재료의 밀도에 있습니다. 또한 딤플이 비거리와 탄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죠.”

딤플은 골프 볼 표면에 나 있는 올록볼록한 구멍이다. 딤플은 대개 300∼450개. 딤플의 크기와 홈의 깊이가 탄도를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딤플 수가 많고 깊을수록 타구가 낮아진다. 반대로 딤플 수가 적고, 넓으면 고탄도가 나온다. 따라서 골프 볼은 330∼352개 딤플이 가장 이상적인 탄도를 나타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드로나 페이드 등 기술 샷도 가능하다는 것.

볼을 선택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볼 표면에 표시된 숫자나 컬러로 나타내는 컴프레션(압축 강도)이다. 컴프레션이 100이면, 100㎏의 힘을 가했을 때 볼이 2.54㎜ 찌그러진다. 컴프레션이 100인 볼은 헤드 스피드가 최소 110마일은 나와야 가장 이상적인 탄도로 비거리와 방향성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 아마추어 골퍼의 헤드 스피드로는 컴프레션 90 이상의 볼로 원하는 비거리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헤드 스피드가 낮은 국내 여자프로들이 남상길 대표의 이론에 공감해 볼을 바꾼 뒤 거리를 크게 늘렸다는 이야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가 골프 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 부모님 덕에 주니어 시절 골프에 입문한 그는 어느 날 볼을 치는데 볼이 날아가다가 중간에서 그냥 뚝 떨어져 버렸다. 이때 궁금증이 생겼다. 호기심이 발동한 그는 볼을 톱으로 잘라보았다. 그러고는 고무로 된 중심 코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머릿속에서 순간 섬광(閃光)이 일었다. 코어만 잘 만들면 볼이 보다 멀리 날아가고, 방향성이 좋아질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늘 궁금해하던 볼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결국 재료를 어떻게 잘 만드느냐에 따라 볼의 성능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믿음과 확신을 갖게 됐다.

대학을 졸업한뒤 무역업을 시작했고, 골프연습장과 인연이 닿으면서 볼 사업에 본격적으로 달려들었다. 2015년 제트원 법인을 설립했다. 늘 해오던 볼 연구에도 몰두했다. 이왕에 시작한 것이니 ‘세계 최고의 볼’, ‘골퍼들이 사용해서 행복한 볼을 만들자’는 것에 사운을 걸었다.

이 때문에 그는 항상 국내 동종업체들을 경쟁자라기보다는 동반자라고 여긴다. “사실은 Z1볼은 경쟁자가 없어요. 우리 볼을 쓰는 골퍼들이 최대의 경쟁자인 셈이죠.”

볼만큼은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천천히 가려고 합니다. 골프 볼의 특성상 단시간에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는 쉽지 않죠. 하지만 다양하고 적극적인 마케팅과 탄성, 관용성, 탄도, 스핀, 타구감 등이 탁월한 우수한 제품을 만든다면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지 않을까요?”

그가 Z1 볼을 제작할 때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바로 코어다. 재질의 초고밀도를 위해 연구개발비에 엄청난 투자를 한다. 전 세계의 유명한 볼은 하루에도 수십 개에서 수백 개씩 볼 커터기로 잘라 본다.

“고무재질인 코어는 컴프레션이 100인 볼이라면 1년 지나면 대부분 110, 2년 지나면 130, 3년 지나면 150으로 변하는데, 우리 볼의 컴프레션 90인 볼이 1년 지났는데도 94밖에 안 됐어요. 획기적인 일이죠.”

▲남상길 제트원 대표이사

골프 기량도 프로급이다. 185cm의 장대키에 스윙하기 좋은 체격을 가진 그는 드라이버를 300야드나 때릴 정도의 장타력으로 레귤러 티잉그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 챔피언 티에서도 4언더파 68타를 쳤다.

골프를 잘하는 만큼 골프에 대한 철학도 독특하다. “골프라운드는 15명이 합니다. 앞과 뒤 팀을 합쳐서 말입니다. 앞 팀이 조금 느리면 조금 늦게 가고, 빠르면 부지런히 쫓아가면 됩니다. 그리고 캐디의 이름을 불러주자고, 클럽은 1~2개씩 미리 빼가자고 동반자들에게 부탁합니다. 이렇게 하면 골프가 하루 종일 즐거워집니다.”

그의 기업 제트원은 선순환구조를 갖추고 있다. 금요일이 되면 직원들은 4시 퇴근이다. 남은 잡무는 대표가 맡아서 한다. 주말은 어떤 경우에도 직원들에게 톡이나 폰을 하지 않는다.

“사실 장인어른께서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기업은 고용창출과 직원들의 행복이 우선이라고. 이를 실천하니 좋은 일이 생기더라고요.”

최근 제트원은 미국과 3년간 1000만 달러어치의 볼을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경영철학도 독특하다. 계약서에 갑과 을이 없다. 동행을 쓴다. 갑 대신에 동(同)을 사용하고 을에 행을 쓴다. 그런데 행은 행복한 행(幸)이다. 병과 정도 상(相)과 생(生)으로 표기한다.

그는 잘나가는 사람에게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눈길을 준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3년간 국내 여자프로골프(KLPGA) 시니어대회인 챔피언스 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에게 수억원을 후원했고, 골프 유망주인데 집안이 넉넉하지 않은 주니어 선수에게도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Z1 골프볼이 타이틀 리스트나 캘러웨이와 어깨를 나란히 할 날이 궁금하다. 품질은 아마도 이미 앞서 있을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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