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정의 인사이트] 테마감리 받는 제약·바이오업계, ‘위기’는 곧 ‘기회’다

입력 2018-04-2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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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2부 차장

제약·바이오업계가 테마감리 이슈로 폭풍 전야를 맞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12일 연구개발(R&D)비 회계처리 과정에서 회계 위반 소지가 있는 제약·바이오 10개 기업을 추려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본격 테마감리에 착수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면서 그간 R&D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해온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심적 압박은 가중되는 분위기다.

10개사에 대한 감리는 시작일 뿐이다. 금감원은 앞으로 방향을 잡고 일반화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추가로 감리 대상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기술의 성공 가능성을 점치기 힘든 상황인데도 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고 자산으로 분류하면 해당 사업 연도 영업이익이 그만큼 늘어난 것처럼 보여 기업 가치를 왜곡할 수 있다는 데서 강한 문제 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다.

당장 금감원의 수술대 위에 올려질 것으로 예상되는 셀트리온은 주가 급락을 경험해야 했다. 올해 1월 도이치뱅크가 “셀트리온의 영업이익률이 높은 것은 R&D 금액을 회계처리할 때 비용으로 쓰지 않고 자산화했기 때문”이라는 보고서를 내면서 고공행진을 벌이던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22만1000원이던 셀트리온 주가는 지난달 5일 37만3500원으로 69.0% 급등했다가 현재 25만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셀트리온과 마찬가지로 개발비의 무형자산화 비중이 높은 차바이오텍도 개발비용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하고 지난해 5억3000만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결산처리했다가 이 문제로 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한정을 받으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업계에서는 대체적으로 회계처리가 투명해져야 한다는 데엔 공감하지만, 산업의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점에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일반 제조업과 달리 제약·바이오 분야는 연구개발 비용의 규모가 매우 커 이를 무형자산이 아닌 비용으로 처리할 때 회사는 상대적으로 큰 영업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개발비용의 자산화를 신약 개발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 증거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있다. 특히 업계는 금융당국이 연구개발비의 회계처리에 대한 명쾌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은 채 칼날을 먼저 들이대는 데 대해서도 내심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신약과 바이오시밀러 간 개발 환경의 차이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사인 셀트리온의 경우 신약보다는 개발 실패 가능성이 낮은 데다 충분한 자금력이 있어 무형자산의 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하지만 분명한 한 가지는 금감원의 감리가 제약·바이오업계의 옥석을 가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제약·바이오기업의 회계 논란에 따른 리스크가 해소된다면 투자자 피해 등 사회적인 파장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업계에도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지금부터라도 업계 스스로가 회계 처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물론, 금감원의 일률적인 감리의 방법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합리적으로 회계 처리 기준을 재정립하는 등 해결 방안 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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