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의류공장 붕괴 참사 5주년…안전 개선 갈 길 멀다

입력 2018-04-2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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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사고로 노동자 1000명 이상 숨져…ILO·현지 업계, 민간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가 나서야 지적

▲19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다카 부근의 한 의류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2013년 라나플라자 사고 이후 의류 산업 근로 환경이 개선되는 추세이다. 다카/AP뉴시스
방글라데시 라나플라자 의류공장 붕괴 참사 이후 5년이 흘렀다. 사고 이후 안전 수준을 개선하고 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고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짚었다.

5년 전 이날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외곽의 8층짜리 공장 건물 라나플라자가 무너졌다. 글로벌 의류 소매업체 H&M과 프라이마크, 자라를 소유한 인디텍스, 월마트 등에 납품할 저가 의류를 생산하던 노동자 1134명이 이 사고로 숨졌다.

사고 이후 방글라데시의 의류산업은 붕괴 일보 직전의 위기에 몰렸다. 유럽과 미국 기업들은 브랜드 이미지를 중시하기 때문. 방글라데시 의류산업은 400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출의 80%를 차지하는 국가경제의 주춧돌이다. 이에 현지 업체들은 안전 개선을 위해 서구 업체들과 협의했다. 덕분에 지난 5년 사이 방글라데시 의류산업의 안전 상태는 상당히 개선됐다. 의류 수출 규모는 2013년 235억 달러(약 25조3118억 원)에서 지난해 290억 달러로 증가했다.

라나플라자 재앙을 계기로 220개 이상의 글로벌 소매업체들은 방글라데시 업체들과 화재와 건물 안전에 관한 5년 협약을 체결했다. 현지 공장이 안전 기준을 준수하도록 했으며 무리하게 비용을 삭감하지 않는 선에서 납품가를 정했다. 독립적인 감독관에게 감시 권한도 부여했다. H&M은 “업계 전반에 걸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스콧 노바 국제노동운동단체 노동권컨소시엄 이사는 “기업들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기보다는 산업을 정비하고 싶었다”면서 “정부가 하는 일을 대신하기 위한 민간 규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속도보다는 느리다”면서도 “270만 명의 근로 환경이 이전보다 안전해졌다”고 밝혔다. H&M과 자라 등에 의류를 납품하는 모하마디 그룹의 루바나 후크 전무이사는 “거대하고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국제노동자권리센터가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들을 점검한 결과 50개 건물에 라나플라자처럼 구조적 결함과 심각한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가 발견된 공장의 생산 활동을 중단하고 보완 조치를 취하면서 현재는 84%가 개선됐다.

그러나 민간 기업의 협약에는 강제성과 구속력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업계는 안전 개선을 위해 5년 협약을 맺기로 했으나 140개 이상 브랜드가 3년 협약을 맺는 데 그쳤다. 하청업체에 재하청을 주는 사례도 드러났다. 당국의 규제 필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국제노동기구(ILO)와 현지 공장 소유주, 시민단체 등은 방글라데시 정부가 산업 안전에 좀 더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후크 이사는 “방글라데시 노동자 안전을 위한 협력자들이 지금 떠나려는 시점”이라며 “국가적 비극을 진정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우리 자신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도 바로잡아야 할 문제라고 FT는 덧붙였다.

방글라데시 의류 업계가 직면한 문제는 또 있다. 2024년 방글라데시가 최빈개도국 지위를 잃으면 무관세 혜택을 잃게 될 가능성이 있다. 가격 경쟁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일부 의류 제조업체들이 인건비가 저렴한 아프리카 국가에 공장을 세우고 있다는 점도 어려움을 키운다. 안전에 신경 쓸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후크 이사는 “안전은 의류 수출업자들에게 최우선 순위로 남아야 한다”면서 “방글라데시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의류 제조 허브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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